11일 오전 8시 북대구 톨게이트 앞에는 수많은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구미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행렬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경부고속도로에는 대구와 구미를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대구와 구미가 밀접하게 얽혀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파주의 LG필립스 LCD공장 증설로 구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대구는 곧바로 직격탄을 받게 된다. 구미에 직장을 갖고 대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만 해도 2만5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구미 국가산업단지 IT계열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도 1만8천 명 정도다.
특히 구미의 중소기업가, 대기업 중견간부, 의사, 상인 등 경제력있는 계층 상당수가 교육·주거 환경의 장점 때문에 대구에 거주하고 있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이들 계층이 대구 백화점 매출액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구미에서 돈을 벌을 벌어 대구에서 쓰고 있다"면서 "구미가 무너지면 대구도 동반 몰락할 수 있다"고 했다.
대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6천여 명 이상이 대구에서 구미로 이주하고 5, 6천 명이 구미에서 대구로 옮겨올 정도로 두 도시 간 인구이동이 활발하다는 것.
이 연구소 부기덕 수석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300억 달러를 수출할 정도로 급성장해온 구미경제는 대구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LCD생산의 중심축이 수도권으로 옮겨갈 경우 대구의 협력·하청업체들도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성서 삼성상용차부지 입주가 예정된 5개 기업이 구미산업단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성서첨단산업단지의 8개 업체가 전자·정보·LCD관련 업체다. 이중 성서첨단산업단지 1만3천 평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삼성상용차 부지 3만 평을 추가 분양받은 희성전자의 경우 LCD모듈 생산품 100%를 구미의 LG필립스에 공급하고 있다.
대구시 김철섭 경제기획담당은 "구미에 납품하는 2, 3차 하청업체가 100개 안팎일 정도로 그 수가 많다"면서 "구미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들 업체는 물론이고 서비스산업의 충격파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구는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구시·지역 정치권 등에서 구미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동참하는 분위기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조해녕 시장이 10일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13개 시도지사 공동선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구미시 박상우 투자통상과장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구미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도 시급함을 인식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정규석 원장의 얘기다. "LCD공장이 파주로 옮겨갈 경우 대구·경북에는 제대로 된 산업이 없게 된다. 생산공장 없는 연구기관의 존재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역민들이 함께 노력해 이를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진: 대기업의 8개 업종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정부 발표를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구미 시내 곳곳에 걸려있다. 공공기관 유치 플래카드는 뒤에 가려져 성난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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