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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갑자기 추워진 요즘 그야말로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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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나고 소설(小雪)이 다가오면서 거리를 쏘다니는 바람은 코끝이 제법 알싸해지는 겨울 맛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 동지까지 낮은 점점 더 짧아질 터이고 밤은 그윽하게 길어질 것입니다.

요즘처럼 온갖 볼거리가 많아진 세태에서는 밤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또는 컴퓨터 게임에 빠지다 보면 긴긴 겨울밤도 잠시니까요.

출판가에서는 독서계절로 일컫는 시월을 오히려 불황의 시기로 여기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바깥 나들이하기에는 그만인 풍광 좋은 계절에 방에 들어앉아 독서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따분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신록이 시작하는 봄도 가을과 사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이 어수선한 때가 오기 전의 이 초겨울이야말로 책을 읽는 계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분간만 저녁시간에 텔레비전 시청을 두어 시간 줄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달과 육 펜스를 읽으면서 고갱의 일생을 따라 태양의 나라 타히티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꼭 그런 대작이 아니더라도 평소 읽고 싶던 책을 한두 권 골라서 조용히 독서삼매에 빠져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이 인도하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면, 창밖에서 서성거리는 겨울바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사치야 얼마든지 누려도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독서의 계절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너무너무 바쁘게, 건조하게만 살고 있는 일상들이라 초겨울을 핑계삼아 한 권의 책이라도 읽으시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박상훈(소설가·도서출판 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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