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의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대단하게 인식되지 않는가?' '왜 우리의 홍길동전, 춘향전 등 고전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만큼 대단하게 평가되지 않는가?' '왜 우리의 판소리 심청가는 서양의 오페라만큼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풀리지 않던 숙제였다. 당시 필자가 배우고 얻어들은 지식의 결론은 우리의 문학이 서구 유럽의 그것에 비해 세계 인식과 현실 인식 면에서나 작품의 구조면에서 수준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과 대학원 연구 과정을 거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우리의 신화나 고전 작품의 수준이 서구 유럽의 그것에 비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과 자기 문화 중심의 주체적 정신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 문화에 대한 주체적 정신의 결여는 우리 문화를 서양 문화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인식하고 서양 문화를 우리가 모방해야 할 기준으로 받아들여, 우리 문화를 서구 문화에 종속시키는 문화사대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사대적인 성향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만연하여 문화가 모든 국가 경쟁력의 중심에 있게 될 미래에 대해 위기의식까지 느끼게 한다.
21세기 문화 전쟁의 현실에서 모든 국가 문화는 자문화를 중심으로 창조적 교육 장치를 확보하여 자국화가 곧 세계화로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21세기의 주인공들이 우리 문화를 서양의 문화에 종속시키지 않고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선도해주는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그것을 위한 교육적 장치와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주체적 문화 교육의 일환으로 그리스의 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우리의 판소리 '심청가'나 소설 '심청전'에 대한 비교 분석 방법을 자주 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서 오이디푸스는 극의 처음에는 대왕으로 등장하여 만백성의 고통을 해결해주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극의 끝에는 자기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눈을 뽑아 장님이 된 채 온 세상을 방랑하는 추방자가 된다.
반면에 우리에게 그만큼 널리 알려진 '심청가'나 '심청전'에서는 청이를 낳다가 어머니가 죽고 앞 못 보는 아버지 심봉사가 어렵게 젖 동냥을 해 가며 심청을 키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끝에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험난한 바다에 몸을 던진 심청의 지극한 효심과 딸을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하나가 되어 평생 장님이었던 심봉사가 눈을 뜨고 밝은 세상으로 나와 딸을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부녀의 지극하고 순수한 마음은 그곳에 모인 모든 장님들의 눈까지 뜨게 해주어 모두가 어둠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광명 천지로 나오게 해준다.
두 작품은 문화적 배경이나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식, 나아가 인간과 신, 혹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매우 대조적으로 우리 문화와 서양 문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학생들로 하여금 두 작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느낀 바를 발표하게 하고 두 작품에 나타난 인간 인식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하고 그 바탕에 깔린 문화적 차이에 대해 판단하게 한다.
'오이디푸스왕'에 나타난 인간에 대한 인식으로 우리의 판소리 심청가에 나타난 인식을 평가할 수 있는가? 만약 평가한다면 어떤 결론에 이르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판단과 평가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자신은 두 작품의 인간에 대한 인식 중 어떤 것이 더 진실하고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이 둘 중 세계화 보편화되어야 할 작품을 선택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21세기에 심청전을 다시 쓴다면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을 버릴 것인가? 심청가에서 심봉사를 어둠에서 밝은 세상으로 이끈 것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이러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모색하면서 21세기를 주도할 학생들은 20세기 이전의 우리 민족이 겪었던 문화사대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신과 자국문화를 중심에 두고 타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주체성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순희 동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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