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20)청송

'푸르고 맑고 깨끗한 신선세계.' 각종 고문헌 속에 묘사된 청송이다. 퇴계 이황 선생도 이곳을 '청송백학(靑松白鶴)'과 '벽수단산(碧水丹山)'으로 묘사, 신선 세계로 동경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지역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경북 동북부 지역의 산간 오지에 위치한 탓에 경제적으로는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때 7만 명을 넘었던 주민 수가 어느새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만 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또 자녀교육 때문에 고향을 등진 채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출신 인사들 중에는 빈민들의 대부격인 김진홍 두레마을 목사가 있다. 김 목사는 지난 1971년 서울 청계천 지역에 활빈교회를 세워 넝마주이 전도사로 빈민들을 위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그후 유신반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74년 수감돼 13개월 만에 출옥한 뒤 79년에는 청계천의 판자촌 철거로 갈 곳을 잃은 50여 가구를 이끌고 경기 화성의 남양만 간척지로 이주, 두레마을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뉴라이트(신보수주의) 전국연합'을 창립, 상임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도 청송사람이다.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로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천경찰서 성 고문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을 비롯해 노동문제와 공해관련 사건에 대한 변론에 적극 나섰다.

초등학교 때 혼자 상경해 가정교사 생활로 경기중·고를 졸업한 뒤 65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던 그는 7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민청학련 관련 수배 등으로 80년 복권된 뒤에야 사법연수원을 거쳐 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아동문학가였던 고(故) 이오덕 씨는 한평생을 글쓰기 교육과 아동문학 비평,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에 전력했다. 지난 60년대부터 농촌지역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글쓰기 교육운동을 펼쳤으며 73년에는 동시집 '까만 새'를 통해 농촌 어린이의 참된 모습을 사실주의 시각으로 표현, 아동문학의 서민문학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 말 바로쓰기 운동'에 힘을 쏟았다.

이들 외에도 경제·금융계에 많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68년 창업된 국내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인 (주)풍산의 창업주 고 류찬우 회장도 이곳 출신이다. 방위산업뿐 아니라 비철금속과 정밀산업 분야까지 망라하는 풍산은 국내 각지에 생산공장을 두는 한편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지금은 아들인 류진 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김정호 신동아건설 상무, 조후제 롯데건설 상무, 심재일 신세계 상무, 권익목 세림제지 이사 등이 있다. 남상규 전 삼부토건 이사, 신문락 전 삼성투자신탁증권 상무, 권오상 전 뉴코리아CC 사장도 청송 출신.

금융계에는 이상덕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대표이사와 정기헌 한국외환은행 기업금융본부 부장, 김진옥 우리은행 성수남지점장, 이장택 전 농협중앙회 부천시지부장, 박재진 전 중소기업은행 문래동지점장 등이 있다. 또한 심대섭 전 근로복지공사 사장, 서창희 전 성업공사 부사장, 문찬홍 전 한국해외개발공사 해외취업본부장 등 공기업 출신도 있다.

정·관계에는 상대적으로 인물이 적은 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이자 처남이었던 고 김복동 전 육군중장은 14·15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그의 육사 2기 후배인 윤태균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회장(전 육군중장)도 14·15대 국회의원이었다. 또한 10대와 12·13대 국회의원이었던 황병우 씨가 있다. 강용순·윤옥영 씨 등 수산청장을 지낸 인사도 2명 있다.

법조계에는 조영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박종기 대검찰청 형사1과 과장, 박병휴 세양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등이 있다.

학계 인사로는 탐라대 총장을 지냈던 윤용탁 서울대 명예교수와 경북대 교수·안동대 학장·세명대 총장 등을 지낸 김엽 대원교육재단 이사장, 중국 하북대학 대학원 겸직교수이기도 한 김위현 명지대 명예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이경환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김봉구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현석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조갑출 적십자간호대학 교수 등도 이곳 출신. 김종원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 연구위원과 김종탁 국방연구원 인력개발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도 있다.

문학계 쪽으로는 소설가 김주영 씨, 아동문학가 조철규 씨 등이 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주영 씨는 안동 엽연초생산조합에서 근무하다가 71년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에 단편 '휴면기'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79년부터 5년간 조선 후기 보부상들 얘기인 대하소설 '객주'를 일간신문에 연재, 새로운 역사인식의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유주현문학상을 받았다. 뒤이어 구한말의 의적들을 소재로 한 '활빈도', 고려시대의 무인난과 노비들의 신분해방 투쟁을 다룬 '화척'을 연재하는 등 주로 대하·역사 소설을 집필해 왔다.

조철규 씨도 81년 '시조문학'에 시인으로, 83년에는 '아동문예'에 아동문학가로 등단했으며 시조집과 동화집을 잇따라 내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우익 논객으로 꼽히는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위원도 청송 사람. 그는 71년 국제신문에 입사한 뒤 월간 마당으로 옮겨 편집장과 취재부장을 지냈으며 83년 월간조선 기자로 입사, 편집장과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담은 저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집필하기도 했으며 현 정부 들어 이념논쟁이 격화될 때마다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 목소리를 내 왔다.

또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자민련과 한나라당 당직자를 지낸 심양섭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중앙위원,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지낸 조은희 우먼타임스 편집국장도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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