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떤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다울까? 흔히 맹목적 헌신을 지고의 사랑이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절대적 사랑에 모두들 고개 숙인다. 결코 상대적이 아닌, 이 거룩한 사랑의 딴 이름은 바로 모성애, 혹은 '가정의 여신(女神)'이다.
이 숭엄한 역을 묵묵히 수행한 여성들은 과연 행복하고 아름다울까? '여신'의 자리에 남겨진 건, 혹 닳아빠지고 찌그러져 발가락이 삐죽 나오는 남루한 '신(靴)'이 아닐는지.
사랑은 몸을 혹사시키는 가학자인가? 여권시대라지만 이를 위해 자의든 타의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몸을 학대해온 여성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다. 물론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남성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맹목적 헌신은 중년이나 노년에 그들의 '자연스런 몸놀림'을 방해하기 일쑤다. 즐거운 봉사도 심하면 결국은 몸을 망가뜨리기 마련이니….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삶아 빤 뽀송뽀송한 내의를 입을 땐 산뜻하지만, 어머니 어깨의 부황 뜬 자국은 혐오스런 문신 같다. 반찬은 맛있지만, 돌덩이 같은 반찬 통을 나르다 깁스를 한 누이의 팔목은 미라 같아 섬뜩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를 등에 업고 어르지만, 요통으로 누운 할머니는 짐짝처럼 거추장스럽다. 쾌적한 실내, 푸짐한 식탁은 오붓하지만, 연골이 닳아 걸음마다 괴성을 내며 찡그리는 아내는 짜증스럽다.
집안이 좀 너절하면 어떠랴. 거울같이 닦은 장롱 앞에서 절룩대기보다는, 얼룩덜룩한 장롱을 뒤로 하고 사뿐히 가족을 맞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패스트푸드 몇 번 먹인다고 중병 걸리랴. 두 번 입힌 청바지 한두 번 더 입혀도 무방하리. 청결만 미덕이 아니라, 때론 불결도 미덕임을 알게 하자. 반야심경에도 불구부정(不垢不淨)이란 명언이 있지 않은가!
사랑은 모닝커피처럼 주고, 받고, 받고, 주자. 모닝커피를 밥솥이나 찌개냄비에 가득 담아 많이 마시려는 사람이 있을까. 익애(溺愛)나 혹애(惑愛)는 냄비에 담아 주는 커피와 같다. 주는 사람 힘들고 마시는 사람 해롭다. 때로는 상대방을 질리게도 한다. 리필도 하지 말고, 매번 새것으로 오래오래 즐기자.
정화식(대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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