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아그룹 파업 비난여론 부담

포항 성원여객 매각 배경

지난 10월 7일부터 37일간의 장기파업으로 포항시민들의 원성을 샀던 시내버스 성원여객이 매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운영체계 개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일부에서는 지난 1967년 시내버스 7대로 합자회사 포항버스로 출발, 지역 최대 재벌로 성장한 대아그룹이 모기업을 팔았다는 사실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 팔렸나

성원여객이 매각된 것은 영업부진 때문이지만 성원여객이 이 회사의 실질 소유주인 대아그룹에는 모기업과 같은 것이어서 이번 매각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대아그룹으로서는 37일간 계속된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여론과 사회단체의 고발 및 이에 따른 당국의 조사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성원여객 고위 관계자는 "사회단체와 시민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아 기업을 운영할 기반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파업에 따른 비난이 창업주인 황대봉 명예회장에게까지 뻗칠 기미를 보이자 완전결별하는 방법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누구에게 팔렸나

성원여객은 (주)경동화물, (주)천마고속 등을 운영하는 대구의 (주)아성고속 오너인 최억만, 성환 씨 부자와 천마교통 대표이사 손재헌 씨 등 3명에게 매각됐다. 오는 5일 성원여객 대표로 취임예정인 손씨는 "성원여객은 아성여객 등 법인이 아니라 3명의 개인이 인수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또 부채인수냐, 주식인수냐에 대해 "주식으로 넘겨받지만 직원들의 퇴직적립금 85억 원 등 총부채(총자산) 150억 원 가운데 대아 측이 내놓을 현금 30억 원 외에 나머지는 부채를 인수하는 것이어서 주식인수나 부채인수나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인수자 대표격인 최억만 씨와 대아그룹 황대봉 명예회장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면서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온 사이로 알려졌다.

◇각계 반응들

성원여객 매각에 대해 시민단체와 포항시의회, 포항 시민들은 버스운영 실태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단지 주인만 바뀔 뿐 경쟁체제 도입 등 제도개선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을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서병철 포항 YMCA 사무총장은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어렵다"며 "포항시가 이번 기회에 보조·지원금 등 적자보전책도 검증하고 지원금 등의 투명성과 적정성, 합리성 및 시민 수용성 등 모든 부분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수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도 "독점사업자라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지난번 파업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소지가 있다"면서 "시민 편의 향상을 위해 시와 의회가 새 경영진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절차가 숙제로 남았다"고 했다.또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지원금 증액 등을 노려 파업으로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치행 포항부시장은 "시내버스가 공익 사업인 점을 감안, 시와 경영진이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최근 장기파업 사태를 불러온 노조 측의 요구 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만큼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시와 의회, 노사 등 모든 당사자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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