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해킹보다 답답한 변명

대구시의회가 지난 1일 대구테크노파크(이하 대구TP)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인 이후 대구TP의 위기관리능력, 업계 지도력 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인터넷 서버 해킹사고가 발단이었지만, 감추기식 변명에만 급급한 대구TP 집행부의 대처 자세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어서야 첨단 IT·벤처업계 혁신을 어떻게 선도해갈 수 있겠느냐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동수 대구TP 원장은 중국 해커들에게 안방(서버관리자 권한)까지 내주고도 이를 몰랐던 이유, 이후 보완책 등에 대한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위원들 질문에 "해킹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안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윈도 자체의 취약성과 홈페이지가 오래된 데 따른 것으로 산업정보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변명했다.

또 "대구TP 홈페이지에는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만 있지 주요 정보는 없다" "당시 전국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 수백 곳도 해킹당했다"라며 '물귀신 작전'도 동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8월 대구TP빌딩(대구벤처센터) 한 입주업체 인터넷 서버도 해킹당해 서버가 완전 소멸됐던 사고를 아느냐"는 한 시의원의 질문에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고 시인한 것 정도가 신 원장의 참말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구TP는 해킹당한 입주업체에 뒤늦게 경위서를 달라는 등 해명자료 마련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나마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진실'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구TP는 인터넷 서버 및 방화벽 관리와 유지보수를 위해 쓴 비용은 연 3천만 원 안팎의 사업비에 직원 1명. 그런데도 해킹사실은 입주업체가 발견해서 알려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헛돈'을 쓴 것이다.

인터넷 전용선을 공유하는 입주업체가 해킹당했는데도 대구TP가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한 점도 대구TP 본연의 기능을 망각한 변명이라는 게 입주업체들 지적이다.

IT업체 한 관계자는 "대구TP가 해킹당했다는 사실보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안이한 인식이 더 큰 문제"라며 "앞으로 대구TP를 어떻게 믿고 일을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구TP가 '해킹사고'로 드러난 지도력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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