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늘었으니 돈 더 내라."(시공사) "못낸다." (입주 예정자)
"비싸 못 들어간다. 현금받고 나간다." (기존 입주민) "그 만큼 못 준다." (재건축 조합)
대구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마다 공사비용 인상분을 두고 시공사와 입주 예정자가 다투고,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포기한 주민과 재건축 조합이 현금 보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서만 재건축 아파트 8곳 중 5곳이 분쟁 상태고 일부는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시공사와의 분쟁=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이 곳은 3개월 째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 부담금때문. 재건축 시공사측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135억 원의 부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시공사측은 층간소음공사, 친환경 마감재 도입 등 법규변경에 따른 추가 건축비 상승, 또 지하철 역사 및 버스 승강장 이전 등 대구시의 교통영향평가 심의에 따른 당초 계획 변경에 따라 건설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공사는 실제로 308억 원을 더 걷어야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 협상끝에 135억 원까지 내렸다는 것.
주민들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시공사 측 자료를 보면 사업비 증가요인에 대한 세부근거가 전혀 없고, 공사단가 및 시공보증 수수료 등은 금액이 부풀려 있다"며 "55억 원 정도는 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절대로 안되며 더 이상 추가부담금은 없다는 약속을 시공사가 문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아파트 한 주민이 '추가 부담금을 내리고 시공사는 더 이상의 추가부담금은 없다고 각서를 써야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공사측은 '부담금을 절대 물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경쟁사들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공사는 재건축조합과의 실제 계약서 상에는 '관계법령이 바뀌거나 사업 인허가 때 발생하는 추가 사업비는 주민들이 부담한다'는 예외조항을 삽입, 부담금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재건축조합과의 갈등= 최근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소송(관리처분 무효소송)을 낸 대구 달서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 이들은 재건축조합장과 지난해 재건축 사업 인가신청 이후 무려 15차례에 걸쳐 송사를 벌이고 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추가부담금 때문에 재입주가 어려운 서민들이 많아 총 600가구 가운데 200가구 이상이 "현금을 받고 나가겠다"며 조합 측에 청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주민들의 현금 요구가 과다하다며 그 금액만큼은 줄 수 없다고 맞서 갈등이 숙지지 않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감정회사의 청산가 평가가 나오면 주민들이 '엉터리 평가'라며 반발, 소송으로 번지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와 이웃한 또다른 재건축 아파트. 이 곳은 현금청산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자 조합측이 최근 강제로 명의를 변경, 집 내부를 정리하는 '명도집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 순간에 '길거리'로 나앉은 주민만 40가구가 넘는다.
△어떻게 풀까?= 재건축 사업승인을 하는 시청·구청 등 행정기관은 "현 제도하에서는 갈등을 줄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재건축 분쟁이 행정기관으르부터 아파트 사업인허가를 받은 뒤에 발생해 행정기관이 인허가 단계에서 갈등소지를 예견,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 인허가가 끝난 시점에서 민원을 이유로 행정기관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 힘들다는 입장.
때문에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복잡한 소송없이 신속, 공정하게 해결해주는 '정비사업분쟁조정위원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세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았지만 이 위원회 제도가 도입되면 재건축 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나 분쟁조정 및 알선이 가능하다"며 "변호사 선임 비용이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대형 시공사나 재건축조합 등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었던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내에서는 80여 곳이 이미 재건축 사업인가를 얻어 공사를 하거나 들어갈 예정이며 9곳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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