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른살이 넘으면 '빨리 그만두라'고 하는 분위기죠. 더 뛰고 싶어도 할 수 없이 축구화를 벗는 선수가 많아요. 유럽 감독들은 오히려 경험 많은 선수를 좋아하는데 말이죠"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제2전성기'를 맞이한 '날쌘돌이' 서정원(SV리트)이 10일 귀국 후 고국의 기자들에게 그동안의 고민과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서정원은 호적상 1970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69년생(만 36세)이고 고려대 88학번인 '386세대'다.
그는 만 30세 때인 1999년 왼쪽 무릎 십자 인대를 다친 후 위기를 맞았다.
몸 관리에 철저한 그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소속 팀 수원 삼성은 '플레잉코치' 서정원을 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를 겸하는 윙백으로 세웠다. 그나마 교체 출전일 때가 많았다. 현역 생활을 정리할 시간을 준 셈이었다.
서정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을 옥죄던 계약 관계를 둘러싼 소송이 정리되자마자 올해 초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그는 "현역에서 물러날 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6개월이든 1년이든 뛸 수 있는 한 공격수로 뛰다가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첫 팀인 SV잘츠부르크에서 SV리트로 옮길 때만 해도 암담했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올라온 리트의 올 시즌 목표는 2부 리그 강등을 면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서정원은 자존심보다는 공격수로 뛸 수 있는 쪽을 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 리트 감독은 서정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리트의 주전 스트라이커가 페널티킥 골을 합해서 9골을 넣는 동안 미드필더 서정원이 7골을 넣었으니 '리트의 람파드'가 탄생한 셈이다.
리트는 강등은 커녕 상위권 진입을 노리게 됐고 인구 2만의 소도시에 있는 7천여명 규모의 전용구장은 주말마다 서정원을 보려는 팬들로 넘쳐났다.
그의 명성은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국내에선 국가대표 복귀 논란이 일고 있을 정도다.
어디든 욕심이 나지 않을 리 없지만 그는 지금도 만족한다고 했다.
국내에는 '오스트리아 리그쯤이야'라고 무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는 실상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그는 특히 오스트리아의 과학적인 선수관리 시스템을 부러워했다.
"뛰다가 피를 뽑고 또 뛰다가 피를 뽑는 식으로 데이터를 모아놓고 어느 선수가 어느 정도 뛰면 맥박이 어느 수치에 이르는 지 상세히 파악하더라고요. 이번에 귀국하기 전에도 조깅 시간별 맥박수를 상세히 기록한 운동 프로그램과 장비를 주더라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저 '몸 잘 관리하라'고 말하는 식이죠"
결국 화제는 우리의 현실로 돌아왔다.
서정원은 호적상 동갑인 네덜란드 선수 필립 코쿠(35.PSV에인트호벤)를 거론하며 "우리나라는 젊은 선수가 실수하면 그냥 넘어가지만 노장 선수가 실수하면 '역시 안돼'라고 평가한다"며 "유럽에선 코쿠처럼 오래 선수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고 감독들도 그들을 좋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도 나이를 먹으니 어릴 때처럼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한다.
남들은 코치 생활을 할 나이에 현역 선수로서 새 도전을 시작한 서정원.
그는 "빈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내 경기를 보려고 리트까지 응원하러 오고 오스트리아 아이들도 내 이름을 많이 부른다"며 행복하게 웃어보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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