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자정 무렵,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 한 경비원은 '밤샘 수색'을 벌이느라 한 겨울 진땀을 흘렸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 못 자겠다"며 입주민들이 격렬히 항의한 때문. 아파트 개 키우기로 벌어지는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애완견이 크게 늘었지만 '개 에티켓'은 실종돼 이웃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 것.
△개가 죄인(?)= 지난달 말 대구 중구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주민은 반드시 비닐봉투를 지참하라'는 공고가 나붙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애완견이 아파트 복도는 물론 엘리베이터에까지 '실례'를 해 놓는 바람에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며 며 배경을 설명했다.상당수 아파트는 아예 '애견 사육 주민동의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타운 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 통로 주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애완견을 기를수 있도록 아파트 자치회 관리규약을 바꿨다.이 아파트 이동환 관리사무소장은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늘면서 냄새와 소음으로 생활환경이 불편하다는 주민불평이 덩달아 증가해 주민들 요구로 규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성구의 한 아파트도 엘리베이터 내 배설물 배출, 옆집 소음피해 등으로 주민들 간 마찰이 끊이지 않자 자치 규약을 개정, 통로마다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가정에 한해서만 애완견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이건한(34·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아파트는 물론, 신천둔치에서 갑자기 큰 개가 덤벼들어서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이웃을 배려않는 이기적인 생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에티켓 지켜야=대구 달서구 죽전동물병원 이동국 원장은 "개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애견문화가 선행돼야 애견분쟁도 사라질 것"이라며 "애견 소유를 위해 국가에서 정한 교육강좌를 들어야하는 외국의 경우처럼 우리도 애견 에티켓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사견 등 맹견들이 많이 수입되면서, 이들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 예방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지난달 28일 포항에서는 사육장에서 빠져나온 개가 유치원 내 화장실에 있던 사내아이를 공격하기도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들의 왼쪽 귀가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었다"고 치를 떨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집단으로 키우는 사육장 개와 버림받은 유기견의 경우 성격이 점점 사나워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며 "유기견·애완견 사고 예방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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