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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베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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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李箱, 1910~1937)의 소설 '날개'에는 매음으로 돈을 번 아내가 자신에게 준 용돈을 구더기가 득실대는 화장실에 버리며 침을 뱉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근대사를 되돌아봐도 근대화의 과정이 자생적으로 형성되기보다는 식민지배적 방식으로 전개돼 온 건 숨길 수 없는 일이 아닐는지…. 아무튼, '자본' '돈' '부자'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고, 지금도 '잘사는 사람들'에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 하지만, 요즘 대학가에서 '부자학(富者學)'이 가장 인기 있는 강좌라는 사실은 뭘 말할까. 여기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떳떳하게 밝히는 새로운 징후가 없지 않아 보인다. 말하자면, 이상(李箱)처럼 돈을 화장실에 버리면서 침까지 뱉는 '부정적 인식'과는 사뭇 다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젊은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드라마에도 재벌이 등장해야만 시청자들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키는 풍토다.

◇ 강원도 산골에 사는 법정(法頂) 스님이 어제 서울의 한 산사에서 법문을 통해 '베푸는 삶'의 미덕을 일깨웠다. 진정한 부자는 '덕을 닦으며 이웃에게 베풀며 사는 사람'이라는 그는 우리 모두가 그런 '잘사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고,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므로, 탐욕을 멀리하는 '맑은 가난'이 소중하다는 얘기다.

◇ 법정 스님은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같이 불교가 말하는 '무상(無常)'의 의미를 되짚기도 했지만, 범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과연 올바른 마음과 행동뿐 아니라 재물 역시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잘살아 가고 있는지, 자성해 봐야겠다.

◇ 미국에 '애플루엔자' 학회가 있다고 한다. '애플루엔자'는 '부유한(Affluent)'과 '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부자병'이 본격 연구 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더구나 여긴엔 '악성 돌림병'이라는 뉘앙스도 실려 있다. 사람들은 올해 구세군 냄비와 딸랑대는 종소리가 썰렁해 보인다고들 한다. '부(富)는 분뇨와 같다. 쌓여 있을 땐 악취를 풍기고 뿌려졌을 땐 흙을 기름지게 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이 새삼스럽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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