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물리학. 눈으로 직접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생활 속 물리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교사들이 마술사로 변신을 감행했다. '사이언스 매직쇼'라는 이름의 공연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대중화를 의도한 것. 포항과 인근 지역의 초·중·고 물리 교사가 한데 모여 구성한 '재미있는 물리를 하는 사람들 모임(APC:Amusing Physics Club)'이 주인공이다.
▲ 사이언스 매직쇼
플라스마 현상을 이용해 만든 빨갛고 파란빛의 형광등 광선검. 형광등을 위에서부터 손으로 조금씩 훑어 내리자 마치 칼을 뽑듯 붉고 푸른빛이 아래로 번져간다. 200여 명의 학생들은 "우와~"하는 탄성을 절로 쏟아냈다.
지난 10일 포항제철고 소강당. APC회원들이 공연을 펼친 1시간 동안 학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책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물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이 될 수 있을 줄은 상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이날 공연은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사이언스 매직쇼. 드럼통에 약간의 물을 넣고 끓인 후 차가운 물을 뿌려 식히면 내부 압력이 낮아서 드럼통이 찌그러지면서 엄청난 굉음을 내는 '드럼통의 비명', 유체 속도가 빨라지면 수직으로 작용하는 압력은 감소한다는 베르누이 원리를 이용해 수십 개의 공을 공중에 떠 있게 하는 '베르누이의 마법', 일정한 면에서는 힘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현상을 이용해 관객을 '못침대'에 눕히는 실험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장세환(포항제철고 3년) 군은 "너무 신기한 실험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진작 이런 공연을 봤다면 고교 3년 동안 힘들게 공부했던 물리 과목이 그렇게 재미없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마술? 과학이랍니다
'사이언스 매직쇼'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이 벌이는 쇼는 분명 마술과는 차이가 있다. 신기한 현상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단순한 눈속임으로 꾸며지는 마술과 달리 과학적 원리를 충실히 따른다는 것.
APC회장을 맡고 있는 임용규(경북과학고) 교사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물리를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해 최근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고 더 많은 과학 발전을 일궈내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에 바탕을 두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마술 도구를 직접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실험도구 곳곳에 투명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진공청소기 모터를 거꾸로 달아 공기압축기로 사용하고, 쓰레기통을 활용해 구름도넛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정도로 허술해 보이지만 기본 원리에는 충실하다. 포항공대 교수, 교육청 장학사, 경북과학교육원장 등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사들의 의욕에 엔진을 달아줬기 때문.
최현익(포항중앙고) 교사는 "못침대를 제작하는 데만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합판에다 1만여 개에 달하는 못을 박는데 합판이 쪼개질 것이 염려돼 미리 드릴로 구멍을 뚫어 놓고 못을 끼워 넣는 고된 작업이었다"고 했다.
▲과학의 대중화가 목표
APC는 지난 2003년 7월 결성됐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물리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교사들이 의기투합한 것.
무대에 서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과학으로 '쇼'를 계획하다 보니 간단한 도구 하나까지도 직접 제작해야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더구나 무대라는 공간이 낯선 교사들이어서 진행이 서투른데다 무심결에 터져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무대에 선 지 1년 반. 2004년 7월 '제1회 포항가족과학축제'를 시작으로 공연과 대중 강연회를 연 횟수가 벌써 20여 회. 지금까지 APC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만 3만여 명을 헤아리면서 이제는 베테랑이 됐다.
사회를 맡은 최한용(강구정보고) 교사는 전문 진행자 뺨치는 무대 매너를 갖췄고, 단점이었던 경상도 사투리는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물리 이론 설명마저도 '개그'가 될 수 있게 만드는 APC만의 매력이 됐다.
임용규 회장은 "지금까지 학교는 물론 동사무소나 복지관 등 과학을 알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발해 좀 더 재미있는 과학 쇼를 선사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이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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