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메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하나쯤 안은 채 살고 있다. 사람에 의한 상처는 치유되기가 더 어렵다.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인간의 공격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개인이나 사회의 성숙 지표가 된다. 공격성이 강한 사회는 항상 공격 대상을 필요로 하며 적절한 대상이 없으면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학생들은 왕따를 만들고, 재산이 탐나는 삼촌은 어린 조카를 희생양으로 삼고, 남의 연구 실적에 흠집이라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사회는 공격 수위가 위험할 정도로 높다. 영화 '6월의 일기'는 연쇄 살인 사건과 집단 따돌림이 인과론적으로 얽힌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는 집단 따돌림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영화는 고도의 추리력을 요구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학생들이 하나씩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빚어지는 은폐와 추적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우리 내부의 본능과 자아, 그리고 양심 간의 긴박한 충돌을 부추겨 관객을 객관적 관찰자로 머물지 못하게 한다.
살인 사건의 발생은 미리 예견된 것이었다. 인간의 삶을 지탱해 주는 신뢰감 결핍이라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우리는 스스로 상복을 입게 된다. 집단 따돌림의 희생자인 진모는 어떤 아이였을까. 아버지가 많은 빚을 남기고 죽으면서 진모의 가난과 외톨이 인생은 시작된다. 어머니는 빚더미에 짓눌려 아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우울증으로 진모는 점차 기가 죽어 의욕도 없이 열등감에 눌려 지낸다. 대항할 의지조차 없는 진모는 반 아이들에게 손쉬운 공격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공격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단순한 신체적 폭행을 넘어서 성폭력까지 자행한 것이다. 진모의 바지를 끌어내리고 성기를 만지거나 아이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강요했다. 진모를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응원을 하면서 성폭력 장면을 카메라폰으로 찍어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몰래 동영상을 지켜보면서 관음증적인 성의 유희도 즐겼다. 더욱 놀라운 일은 가해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집단 따돌림은 고교생보다는 중학생에게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친구 관계에 집착하여 삼삼오오 몰려다니고 집단 정체감을 형성하여 강한 응집력을 갖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나 공격성을 표출할 때 패싸움이나 따돌림 같은 현상이 빚어진다.
그러면 청소년기의 예민하고 충동적인 특성을 돌봐주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은 집단 따돌림 현상에 책임이 없는 것일까. 담임교사는 진모가 왕따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관했다. 진모의 어머니도 아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사건을 맡은 형사도 한집에 사는 조카와 대화단절 상태에 있었다. 이 영화는 사랑의 화신인 어머니, 사회 정의의 표상인 경찰관, 양심과 교육의 지킴이인 교사,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무거운 자기 성찰의 채찍을 던지고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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