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예천군과 함께 베트남 새댁과 한국인 남편 30쌍을 초청해 국제결혼부부를 위한 적응캠프를 실시했다. 주제는 "무지개 가족, 행복 비타민". 이들 가족을 "무지개 가족"이라고 지칭한 것은 '다양성과 조화', '꿈과 희망'이라는 무지개의 상징성 때문이다. 캠프를 기획하면서 고려했던 원칙은 반드시 부부가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일 것, 기존 전통문화, 예절교육 위주의 행사와 차별화할 것, 배우자 상호간의 문화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줄 것 등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부덕(婦德)을 강조하는 70, 80년대식 신부수업과 흡사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여성들의 적응문제 못지않게 남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현장에서 보는 이들의 결혼생활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가정폭력 등 심각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무 살이 넘는 연령차이, 상이한 문화로 인한 가족갈등, 언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 여기다 아이가 생기면서 등장하는 자녀의 적응문제에 정체성 혼란까지…. 실로 일상속에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의 종합선물세트이다.
최근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정부나 지자체마다 이들에 대한 정책지원과 복지적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권적 측면이다. 이들의 상황을 특수하게 규정하고 시혜를 베풀고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에 기초해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는 견해가 중요하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한 색깔처럼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가족형태의 하나로 봐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2세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당사자들이야 삶을 선택했다지만, 2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독 타민족, 혼혈에 대한 편견이 심한 이 땅에서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을 지칭할 때 쓰고 있는 코시안(코리안+아시안)이란 용어는 매우 유감스럽다. 비록 차별의 의도가 없더라도 그들과 우리를 구별지으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기적처럼 가정을 이뤄, 귀하게 얻은 아들을 손에서 좀체 내려놓지 못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눈 맞추며 연신 옹알이를 해대는 8개월 된 아들, 그 가슴 떨리는 교감의 시선이 예천을 떠나온 뒤에도 내내 잊히지 않았다. 그 아기의 이름은 그저 지웅이다. 그 아이를 코시안이라 규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초등학생의 일기검사도 인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폐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인권 감수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 감수성의 척도가 사안에 따라, 또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감수성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정일선(경북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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