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안과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점집을 찾고 있다. 적성에 맞는 전공 선택이나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 고민, 연애운, 견디기 힘든 우환 등이 이들을 점집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타로점 부스가 로드숍에 등장하면서 10대들도 학업, 이성관계, 재물운 등을 상담하는 일이 유행이 되고 있다.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이 충만해야 할 10대'20대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도외시하고 무속과 역학(易學), 점술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이 안돼 찾은 점술원
박지명(가명'남'29)씨는 재작년 대학을 졸업한 후 구직에 나선 취업 삼수생. 매번 면접에서 탈락하자 올 가을부터는 아예 바깥출입도 하지 않았다. 우울증이란 진단과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계속되는 자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나자 이를 보다 못한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무속인을 찾았다.
"여기오니 귀에 익은 음악도 들리고 한결 편안해져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 박씨는 그래도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다. 20여분 후. 적(赤)'청(靑)'흑(黑) 삼색을 이용해 꽃그림을 그려낸 무속인 김옥민(여'25)씨는 그의 과거'현재'미래를 설명했다. 박씨 앞엔 얼핏 못다핀 듯 한 모양의 잎과 망울, 다소 개화한 꽃 모양이 뒤섞여 그려진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김 무속인은 그림을 보며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운명적으로 타고난 박씨의 소심한 성격이 못다핀 잎과 봉오리로 나타난다고 설명한 뒤 그 옆 줄기에 피어나는 개화한 꽃을 가리키며 내년엔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말에 박씨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퍼진다. 기분이 밝아진 모양이다. 취업을 위해 3년간 동분서주 했던 박씨는 40여분간의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돌아갔다.
◆적성에 안 맞는 전공, 다른 길은 없나요!
대학 졸업을 앞 둔 서지혜(여'23)씨.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으나 정작 본인은 얽매인 직장보다 자유로운 직업을 택하고 싶어 하던 차에 사주풀이를 해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생활 역술원을 찾았다.
태어난 생년(生年), 월(月), 일(日), 시(時)를 대고 역술인이 만세력을 통해 자신의 총운을 가늠하는 십이간지와 오행 수(八字)를 찾는 동안 서씨는 다소 초조한 표정이었다. 5분 후 역술인이 서씨의 초년, 중년, 말년 운세를 알려줬다.
서씨의 사주에선 도화살 2개와 역마살이 1개가 나왔다. 옛날이면 이 두 살(煞)은 좋지 않은 팔자였다. 그러나 현대에선 시대상황의 변화로 달리 해석된다. 즉 도화살은 내재된 재능의 끼를, 역마살은 활동적이고 부지런함을 의미한다는 것. 따라서 서씨는 호텔리어, 미용 등의 자유로운 전문직이나 서비스업이 자신의 팔자에 맞다. 대신 그에게 관운을 그리 없어 보였다. 즉 직장생활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일단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는 사주풀이를 쥐어 든 그에겐 이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이 너무 소모적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총총걸음으로 거리를 나섰다.
생활역학 1번지의 역술가 강지원씨는 "졸업시즌과 취업 철이라서 그런지 최근엔 진로를 묻는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며 "진로 다음으로는 애정문제 상담이 많은데 헤어진 후 재회 가능성이나 새로 만날 이성친구의 용모나 능력 등을 주로 묻는다"고 말했다.
◆미래가 궁금해요
지난 8일 늦은 오후 대구 동성로 타로카드점 부스 앞.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 한 쌍이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타로점 부스로 들어갔다. 손님인양 뒷 좌석에 앉아 사연을 들어 본 즉 이들은 사귄지 3개월째로 만남이 지속될지가 궁금해 타로점을 보러 온 것.
타로 점술가가 먼저 남자에게 타로카드를 뽑게 한 후 괘를 정돈 한 후 여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뽑게 했다. 이어 점괘를 설명하는데 남자는 자꾸 옆 눈질을 하고 여자는 남자친구를 무척 좋아하는 심리 상태라는 것. 순간 여자가 슬쩍 남자의 팔을 꼬집었다.
잠시 후 또 다른 또래의 남자 셋이 들어왔다. 이들은 이번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궁금해서 들렀다고 했다. 셋 다 괜찮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는 말에 신이 난 듯 부스를 빠져 나갔다.
타로 점술가 안상미씨는 "10대부터 30대 주부까지 타로점을 보는 다양한 계층들은 진로와 시험 결과, 그리고 애정문제를 많이 묻고 있다"며 "진로와 성적에 대해선 되도록 긍정적으로, 애정 갈등은 적당히 생략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 15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 신세대 무속인 김옥민씨가 그림으로 그려 그 사람의 평생 기운과 운명을 설명하고 있다. 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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