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보다 자녀 安全 걱정되는 학교

대구 시내 학생에게 학교폭력(폭행'금품 갈취'집단 따돌림)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초등학생은 29.8%, 중학생은 26.4%, 고교생은 실업계 13.8% 일반계 7.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구한의대 청소년문제연구소가 지난달 12개 학교에서 1천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이 중 직접 피해자는 초 10.1%, 중 7.5%, 실업계 고 4.4%, 일반계 고 2.3%였다. 표본조사가 이 정도이니 전체적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 온갖 학교폭력 소식에 학부모들 가슴은 쿵쾅거릴 정도다. 엊그제 순천에서는 같은 학교 여중생 15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피해 학생은 정형외과와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을 정도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달 화성에서는 중3 남학생이 '같은 반 세 명이 못살게 굴어 죽고 싶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경찰청이 최근 공개한 학교폭력이나 왕따(집단 따돌림)로 자살한 학생들 유서를 보면 분노와 전율을 억누르기 힘들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 내가 귀신이 되면 가만두지 않겠다' '멸시를 받는 것이 내 운명인가 보다. 이 속에서 헤어나기란 목숨을 끊는 것보다 힘들다' '오늘만이라도 학교에 가기 싫다' '모든 것이 무섭게 보인다. 죽으면 이런 고통은 없겠지'. 이 아이들이 자살을 고민하기까지 학교와 사회, 가정은 어느 구석에도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은 본래 싸우면서 크는 것 아니냐'는 따위의 안이한 인식이 있다고 한다. 가정과 사회에 그 책임을 돌리며 학교폭력을 외면한다고도 들린다.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질 문제이지만 교육 현장의 근원적 역할은 누구보다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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