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고래에서 로맨티스트로...아빠의 변신

깜짝연주회 준비하는 가장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와 송년. 가족이라면 더 특별한 날이다. 이런 날, 아빠가 들려주는 연주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남모르게 피아노, 색소폰 등 악기연주를 연습하는 가장들이 적잖다. 40대 후반, 50대에 들어선 나이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을 몸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을 위한 연말 깜짝연주회를 준비하는 것이고 가슴 뭉클한 연말이 될 듯하다.

13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음악학원. 서영학(45·고나우여행사 실장) 씨가 세 아들 중 막내인 인호(7)를 데리고 연말 가족들을 위한 연주곡 연습에 한창이다. 곡명은 '엘리제를 위하여'.

서씨는 두달 전부터 비밀리에 맹연습을 하는 중이다. 원래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야하지만 일단 한곡 연주를 위해 편법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셈. 그는 집에서도 아무도 없을 때 자녀들의 방에 몰래 들어가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막내는 이런 아버지가 신기한 듯 연방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서씨가 나지막하게 한마디 건넨다. "아빠 잘하지. 엄마한테 얘기하지마. 크리스마스에 정식으로 보여줄게."

서씨는 가족들을 모아두고 깜짝연주를 할 크리스마스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놀란 아내의 표정이 살짝살짝 머리를 스치기 때문이란다.

"큰아들도 이런 아버지를 보면서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생각하니 이만큼 가슴뿌듯한 연말 이벤트가 어디있겠느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짧은 두달이었지만 목표가 분명했기에 지금은 그럭저럭 화음도 잘 맞고 괜찮은 연주를 한다.

신기진(44·사업가) 씨는 가족을 위해 취미생활 늦바람이 불었다. 음악에 소질도 없지만 색소폰 연주를 배우기 시작한 것. 일주일에 한번 틈나는 대로 연습한 것이 어느덧 남들 앞에서도 한 곡조 정도는 연주가능한 실력이 됐다.

그는 올 연말에 고생하는 아내와 사랑스런 자녀들을 위해 들려줄 노래라며 '사랑을 위하여'란 곡을 악보를 보며 멋지게 불었다.신씨는 "뒤늦게 시작하는 만큼 배울 때 쉽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면서도 "남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다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타에 댄스, 노래연습, 영어회화, 제2외국어 배우기 등 아빠들의 유쾌한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서영학 씨가 막내 아들 성진이가 다니고 있는 수성구 중동 어린이집에서 '나비야 나비야' 등 가벼운 곡을 치며 가족을 위한 송년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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