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네, YMCA 시민중계실입니다. 어떤 일로 상담하실 건가요?"
전화기 앞에 앉은 구민희(26·여·대구가톨릭대 생물학과4년) 씨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한 번 수화기를 들면 보통 10여 분 이상은 통화를 한다. 구씨가 이 일을 한 것은 이미 6개월이 다 됐다. 초보 딱지는 뗀 셈.
하지만 이곳의 정식직원이 아니라 대구노동청이 주관하는 '청소년 직장체험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다. 구씨는 대학후배 소개로 들른 것이 계기가 돼 일하게 됐다. 주 20시간 일해 받는 돈은 30만 원.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좀 더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에 대학에 들어갔지요. 평소 관심이 있던 생물학을 택했고요. 이곳엔 사전 지식이 없이 우연히 들렀지만 막상 해보니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다른 사람의 고민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민중계실에는 하루 평균 10여 통의 전화가 온다. 처음엔 한달 300여 통의 전화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 상담전화가 많은데 이 경우 꼼꼼히 기록해 뒀다가 실무자들과 회의를 거쳐 다시 전화통화를 하곤 했다. 수많은 통화를 하다 보면 상담하기 곤란한 전화도 받기 마련.
"가끔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괴롭다며 하소연을 하는 전화나 이혼 상담을 하겠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면 난감해요. 제가 결혼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니 뭐라 말씀드릴지 당황스럽지요. 그럴 땐 다른 직원분에게 수화기를 넘길 수밖에요."
구씨는 6개월 과정의 이번 직장체험 연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단다. 특히 보상판매나 다단계 판매 등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곤란한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돼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9일 연수가 끝나는 구씨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 한다. 아직 공부하고 싶은 것이 많단다. 그는 17일 YMCA 강당에서 열리는'청소년 신용박람회'행사진행에 참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학교생활로 돌아간다.
"행사에 참가한 중학생들에게 모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직원들이 손수 꾸민 상점에서 물건을 사보고 신용 퀴즈문제나 신용교육을 받으면 사용한 액수를 변제한 것으로 간주하는 행사입니다. 아이들이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행사에서 모의신용카드 발급업무를 맡은 구씨는 연수기간이 끝나가는데도 끝까지 세심하게 이 일, 저 일 챙겼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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