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中企人들의 따뜻한 이야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디에 있는지, 뭘하는지, 사장이 어떤 분인지 저희도 아는 게 없어서…."

지난 12일 포항교육청 홈페이지에 내용이 엉성한 보도자료 한 건이 올라왔다. 그럴 것이, 한 중소기업 임직원들이 1년 가까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포항 흥해의 초등학생 2명의 가정에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를 보내주면서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는 바람에 인적사항이나 후원배경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학교측에서도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수소문 끝에 선행의 주인공들이 포스코 협력사인 ㅅ업체 110명 임직원들로 매월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 이들 2명(6학년)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힘닿는 대로 돕기로 했고, 홀몸노인 3명에게도 지난해 초부터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특히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한 학생의 경우 난치병을 앓고 있는 초교 2학년짜리 동생의 엄마노릇까지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에 수시로 가정을 직접 찾아 돌보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선행 사실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기부금 규모가 주목받을 만큼 거금도 아니고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티끌만한' 일로 생색내는 일은 하지 않기로 노사협의회에서 뜻을 모았다는 것. "후원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조심스럽다. 더구나 대상자 가운데 사춘기 청소년들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면서 후원받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후원자인 자신들의 회사 이니셜도 표기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까지 했다.

이 학교 교감선생님은 "우리에게 겨울은 서로 부둥켜 안으면서 추위를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흐뭇한 표정이다. 경기악화로 기업인도, 근로자들도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강추위가 계속될수록 ㅅ사 임직원들의 따스한 손길이 더욱 그리워진다.

박정출·사회2부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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