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 개방 反對-안타까운 '줄 희생'

농업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 시위가 그칠 줄 모르면서 안타까운 희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어제는 칠순을 바라보는 전북 김제 농민이 숨졌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경찰에 폭행당해 쓰러진 지 한 달여 만이다. 같은 대회에서 쌀 개방 반대를 외치던 충남 보령 농민 전용철 씨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9일 만에 숨진 데 이은 두 번째 희생이다. 또 어제는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반대 시위를 벌이던 농민'노동자 600 여 명이 무더기로 현지 경찰에 체포당했다.

국회가 쌀 협상 비준안을 강행 처리한 뒤 숙질 것으로 예상한 반발이 어디까지 비화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김제 농민 홍덕표 씨의 사망 소식은 전 씨의 사망이 촉발한 격렬한 공권력 규탄 정국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러잖아도 홍 씨가 숨지기 전날 서울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전 씨 사망 규탄 집회를 열었었다. 더더구나 홍 씨 사망은 전 씨 경우와 달리 경찰이 처음부터 폭행 사실을 인정했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 조짐이다. '인권 경찰'을 표방해 온 정권 차원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홍콩 시위 또한 우리 정부에 큰 짐을 지웠다. WTO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홍콩 경찰은 한국 농민 노동자의 과격 시위 우려를 경고하며 사실상 우리 정부의 사전 역할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17일 농민 시위대는 밤늦도록 홍콩 중심가를 누비며 불법 폭력 시위를 벌였다. 우리 정부는 일이 터진 뒤에서야 허둥대고 있다. 연행자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한다지만 가차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 앞에 얼마나 힘을 쓸지 모르겠다.

정부는 두 농민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최고 당국자의 사과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농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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