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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할 때" 이형기의 시 '낙화'의 부분이다. 낙화는 슬프지만 끝이 아니다. 열매를 맺기 위한 아픔이고 슬픔이다. 그러나 죽음은 일단 끝이다. 진주 출신의 이형기 시인은 지난 2월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 한 해 동안 명멸한 사람들을 정리한다. 떠오른 별이 있는 반면 사라진 별도 있다. 세계적으론 27년간 가톨릭교회를 이끌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천안문 사태를 옹호했던 중국의 자오쯔양(趙紫陽),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F 드러커, 미국 ABC방송의 간판 앵커였던 피터 제닝스도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선 전통 문인화의 대가 장우성, '문화예술계의 대모'로 불린 수필가 조경희, 만화가 고우영 씨 등이 고인이 됐고, 인기절정의 영화배우 이은주가 스물다섯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액션스타 황해, 원로 탤런트 전운, 김무생, 정애란도 저 세상으로 갔다. 대중의 별로 지목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귀하고 값지게 살다간 사람, 소설책 몇 권을 쓸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사람도 많다.

◇지난 11월 30일 작고한 학술원회원 최태영 박사는 주변에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라고 유언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향년 105세. 유언처럼 최 박사는 죽음에 겸허했다. 그러나 삶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전'현직을 통틀어 최고령 학술원 회원이었던 그는 생전에 "나에게서 70대는 한창때였다"고 회고했다.

◇죽음은 낙화처럼 성숙을 위한 아픔이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과는 아니다. 그냥 끝일 뿐이다. 참담해 할 필요나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스타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국내의 한 예술인은 "사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탁월한 문화인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다. 음미해 볼 만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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