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나라 프랑스에 소요가 발생했다. 소요는 파리 외곽 지역, 즉 방리유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의 저소득 층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해서 일어났다. 방리유는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은 공영 주택과 실업, 인종 차별, 마약, 범죄 등으로 상징된다. 이곳은 빈약한 교육 기회와 인종 차별로 부모의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청년층의 실업 비율이 프랑스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 이슈의 배경
우리에게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파리 북부 클리시 수 부아에서 시작된 소요사태 때문이다. 자예드와 부나라는 두 명의 10대 소년이 경찰의 검문을 피하려고 변전소로 피했다가 감전사하는 우발적인 사건을 계기로,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파리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소요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사건이 발생한 계기는 우발적이었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 보면 필연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은 시한폭탄이 터졌다는 말로 언젠가 일어날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프랑스 인구의 10%에 달하는 600만 이민자 가족들이 처한 현실이 첫째 원인이다. 거기에 치안불안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치안불안이라는 현상 자체를 해결하려는 프랑스 우파 정부의 강경책이 두 번째 원인이다.
■ 프랑스의 무슬림 이민가족이 처한 현실
프랑스에 무슬림 이민자들이 많아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족했던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및 아프리카 출신 이민을 대거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만 200만 명이 이주했다. 정착민들이 고향 사람들을 불러들이면서 불법, 합법 이민자들은 갈수록 늘어났다. 아프리카 사람들만 왔던 것은 아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난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는 물론 동유럽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하지만 1973년 석유파동과 1980년대 이후 이어진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민자들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 열 명 중 한 명이 실업자가 되는 상황에서 이민자들은 평범한 프랑스 사람보다 더욱 일자리를 잡기 어려워졌다. 프랑스 사람들의 실업률이 9.2%인 반면에 이민자들의 실업률은 14%에 달하는 통계가 이를 입증해준다.
문제는 이들이 거주지부터 프랑스 주류 사회와 분리됐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이민자들의 거주지는 도심 주변 변두리(방리유-Banlieu는 게토-ghetto, 원래는 중세 이후의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 지역을 말했으나, 지금은 격리 지역을 뜻하는 말로 확대됐다)가 됐고, 이 상황에서 비슷한 환경의 10대 청소년들은 쉽게 어울리게 됐다. 정부가 주는 실업수당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부모들과 미래가 없다고 믿는 10대 청소년들의 좌절은 변두리 지역의 치안이 불안해지는 요소가 됐다.
기독교도보다 종교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무슬림의 생활관은 또 다른 불만을 낳았다. 무슬림 여학생들이 히잡아랍권의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쓰개 등 이슬람 고유 의상을 입는 것을 금지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고 이는 특히 이슬람교를 믿는 이민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이민 2, 3세 청소년들에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슬람의 가치와 프랑스의 가치가 충돌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했다. 프랑스와 부모의 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 중간 지점에서 방황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정부가 실각하고 대중운동연합(UMP)이라는 우파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톨레랑스의 폭은 더욱 줄어들었다. 무슬림 이민자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취업 차별을 없애기보다는 그로 인해 불거진 치안 불안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우파 정치인 가운데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최근 몇 달 동안 파리 외곽 빈민가 지역의 범죄를 뿌리 뽑는다면서 우범자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무슬림 청소년들을 끌어안기보다 내치려는 우파 정부의 치안정책이 소요사태를 촉발시켰을 뿐 아니라 더욱 악화시켰다.
■ 이 사태가 프랑스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프랑스만의 독특한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공화주의 가치는 인종, 종교, 신분, 빈부의 차이에 따른 차별을 금기시한다. 차별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공화주의 가치는 프랑스를 톨레랑스의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역으로 차별을 논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슬림 이민자 가족들이 인종적, 종교적 차이에 따라 경제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살고 있음에도 이를 사회 문제화해서 차분히 해법을 논의하기보다는 외면해 온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다. 르몽드(Le Monde) 신문이 사설을 통해 "뼈아픈 현실이지만 이민자 자녀들이 차별받고 있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프랑스 정부의 대책은 두 갈래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다소 수그러졌지만, 소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치안력을 발동하는 동시에 사태의 원인이었던 차별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 미국의 흑인폭동과 프랑스 사태의 차이점
프랑스 소요가 LA폭동처럼 파괴적이지 않았던 것은, 소요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었던 데다 미국 흑인이 백인에 대해 느꼈던 것에 비해 프랑스 주류 사회에 대한 증오심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흑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문제를 프랑스처럼 덮어두지 않고 '소수자 우대정책 (affirmative action)'을 만들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 요직에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임명되고 있다. 프랑스와 달리 이민국가인 미국은 소수 이민자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흑백 간 사회통합을 이루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백인 주류 사회가 유색인종을 인종적, 종교적으로 차별하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흑인 소외계층은 당장 먹을 것이 떨어지면 총을 들고 거리의 약탈자가 돼야 하지만, 프랑스 이민자 가족들에게는 가장이 실직해도 최소한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을 정도의 국가지원금이 지불된다.
프랑스와 미국은 적어도 소외계층 정책에서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 미국은 소수자 우대 정책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광범위한 인종차별 분위기를 잠재우지 못했고, 프랑스는 문제 자체를 외면해왔지만 이민자들에게도 동등한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프랑스 우파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프랑스 사회 문제가 미국화하는 첫 번째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 예상문제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무슬림, 방리유, 이민정책, 정교 분리, 제로 톨레랑스(불관용), 사회적 차별, 우경화,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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