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르바이트 어디 없나요? '바늘구멍'

남보라(22·계명대 동양화과) 씨는 지난 16일부터 대구 EXCO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곤충학습체험전 아르바이트 자리를 따내기 위해 며칠 잠을 설쳤다.

남씨는 "며칠 동안 화장실 가는 시간만 제외하고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졌다"며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에 접어든 대학가에 아르바이트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일부 업주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떼어먹거나 최저임금 이하로 수당을 지급, 아르바이트생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높아지는 취업경쟁률=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청년 실업이 확산되면서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데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직장인과 노인, 주부, 10대 청소년까지 경쟁에 뛰어들어 아르바이트 희망자는 더 늘었다. 결국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롯데백화점의 경우 6개월 이상 일하는 장기 아르바이트는 1명 모집에 2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배나 늘었다. 5~15일 정도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지원자 수도 모집 인원의 3배가 넘는 30여 명이 지원했다.

취업 포털사이트인 '갬콤' 관계자는 "오랜 불황으로 아르바이트를 필요로 하는 음식점이나 커피숍 등 자영업소 수가 예년보다 40% 이상 줄었다"며 "입맛에 맞는 아르바이트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원으로 일하는 김현경(23·대구 서구 내당동) 씨는 "놀이공원에서 오징어를 구워 팔거나 목욕탕 수부, 염색공장 원단다림질 등 최근 젊은이들은 3D업종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보다는 경력= '취업 경력 쌓기' 열풍을 타고 대기업이나 관공서 등 취업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아르바이트에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공무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관공서 아르바이트는 대학생 선호도 1위.

지난 13일 마감한 대구시 교육청 대학입학관리실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는 3명 모집에 지원자가 50명을 넘었다.

김미영(23·대구 달서구 두류동) 씨는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는 편의점이나 유통업체, 주차장 안내요원 등 시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으나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돈벌이보다 취업 관련 아르바이트를 눈여겨본다"고 전했다.

주중엔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일하고 주말엔 행사장 안내요원으로 뛴다는 황성훈(25·계명대 경제학과) 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직종인지 미리 파악하고 시급에 연연하기보단 경력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의 그늘= 대구지방노동청이 지난달 지역 대학교 인근 PC방과 편의점 등 20개 업소를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임금실태 점검에 나선 결과, 20개 업소에서 일하는 7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업소, 34명이 최저임금(시급 3천100원)에 못 미치는 시급 2천400~3천 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영욱(20·대구대 도시과학부) 씨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PC방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격무에 비해 임금은 형편없다"며 "특히 대구시내 중심가 호프집이나 커피숍은 기껏해야 시급 2천800원을 받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또 "심지어 한 편의점에서는 시간당 2천200원을 주면서도 도난 물품이 생기면 임금에서 깎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알바'들의 근로조건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구노동청은 아르바이트생 다수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 방학기간 동안 감독을 벌이지만 위반사항 적발 사업장에 시정명령을 내릴 뿐 검찰고발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형편.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영세업소의 경우 임금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부족한 데다 단속인력이 부족, 최저임금 아래로 주거나 임금 떼먹는 것을 단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설명=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각종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 15일 오후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곤충학습체험전에서 일하게 될 대학생들이 관계자로부터 업무설명을 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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