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 로봇이야? 거참 똑같네."
로봇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산업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된 것. 청소 로봇에서부터 다양한 얼굴 표정까지 짓는 인간형 로봇까지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최근 열린 부산 APEC정상회의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도 바로 로봇이었다.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움직이는 것이 마치 사람과 흡사할 정도. 지난 1980년대 공장자동화를 위해 산업용에서 시작된 로봇이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국내 '로봇산업'은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로봇 제2의 전성시대
최근 국내 로봇 산업의 흐름은 지난달 열린 APEC 행사에서 잘 드러났다. 이 행사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내 기술의 최첨단 지능형 로봇들이 대거 선보인 것. 이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로봇 중 하나는 '알버트 휴보(Albert Hubo)'로 로봇 '휴보'에 세계적인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씌운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얼굴, 몸통에 각각 30여 개의 전동 모터가 내장돼 있어 사람처럼 걷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고 화내고 기뻐하는 등의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이다.
무거운 짐이나 사람을 태우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탑승형 로봇 'Hubo FX-1'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70㎝ 키에 사람을 직접 태우고 걸을 수 있는 이족보행 로봇으로 머리 부분에 마련된 의자에 사람이 직접 탑승해 움직일 수 있다. 90㎏ 무게까지 태울 수 있는데 조이스틱으로 방향을 조정하면 전진, 후진, 방향 바꾸기가 가능하다.
카페 바텐더 역할을 하는 '티롯(T-Rot)'도 돋보였다. 손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직접 주문을 받아 음료수를 만들고 능숙한 솜씨로 서빙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보행하는 인간형 로봇 차원을 넘어 사람과 대화하는 '생각하는 로봇(Thinking Robot)'이라는 의미에서 이름도 티롯으로 지었다고 한다. 티롯엔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각각 2대씩 달려 있어 물체를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고 위치를 감지하는 레이저 인식기능과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춰 대화할 수 있는 음성인식기능이 있어 주문이나 서빙이 가능하다. 특히 사람 피부와 같이 사물의 촉감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인공피부를 입혀 사람과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촉각 능력까지 가졌다.
이들 외에도 많은 로봇이 이미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거나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청소 로봇. LG전자의 '로보킹'과 로봇전문기업인 유진로보틱스의 '아이클레보'가 대표적이다. 올 1월 처음 출시된 아이클레보의 경우 지난달 국내 최초로 1만 대 이상의 판매기록까지 세웠다.
또 여가생활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로봇도 있다. 애완동물 기능을 가진 로봇, 인물스케치 등 그림을 그리는 로봇, 춤추고 달리고 말하는 로봇, 팔씨름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청소, 설거지, 방범은 물론 교육, 심부름이나 치매 및 건강점검, 이동보조 등 노인 간병 등 '가정용 로봇'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우체국에서 방문 고객을 직접 맞거나 건강정보, 창구 위치안내, 우편번호 및 주소라벨 출력 서비스, 우편 및 금융 상품 홍보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체국 공공도우미 로봇'도 최근 시연을 마치고 우체국, 은행 등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또 복강경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립스틱 크기의 수술로봇이 개발돼 본격적인 로봇 외과수술 시대를 이미 열었고, 고관절 수술용 로봇 등 정형외과용 로봇, '진맥 로봇' 등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로봇시장 규모와 전망
정부의 적극적인 로봇 정책 및 연구소, 업체 등의 다양한 형태 로봇 개발 등에 따라 산업용 로봇 도입이 러쉬를 이뤘던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이은 '제2의 로봇 붐'이 형성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지능형 로봇 개발과 보급을 전담하는 '국민로봇사업단'을 출범시키고 내년부터 100만 원대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시키기로 했다. 이번에 선보이기로 한 보급형 로봇은 음성인식으로 영어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로봇 '주피터'와 원격조정으로 청소 기능을 하는 '네토로', 뉴스와 e메일 서비스 등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이드' 등 세 가지 종류다.
정통부는 내년 8월까지 보급형 로봇의 최종 모델 개발을 완료한 뒤 내년 10월부터 시중 판매를 시작할 계획인데, 보급형 로봇 시장이 내년 6천여 대, 2011년엔 3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011년까지 4조1천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조5천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하고 2020년엔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부는 최근 '지능형로봇 산업 비전·발전전략'을 확정하고, 2013년 세계시장 점유율 15%, 총생산 30조 원, 수출 200억 달러, 고용창출 효과 1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 3대 지능형 로봇 강국으로 부상키로 했다.
지능형로봇은 외부 환경을 인식,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첨단 로봇으로 2008~2010년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에서 2011~2013년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로봇'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도 앞다퉈 인공지능 로봇개발 등 로봇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홈서비스용인 아이마로(iMaro)와 아이꼬마( iComar), 그리고 애완용 로봇인 앤토(ANTOR) 등 3종의 로봇을 개발했다. 아이마로(신장 60㎝)는 집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음성과 영상을 인식, 홈네트워크용 가전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도둑 침입이나 화재 등 위급 상황시 경찰이나 집주인 등에게 연락할 수 있는 부가적 기능을 갖췄다. 앤토는 청소년의 과학교육과 오락용으로 개발된 토이 로봇인데 PC프로그램이나 리모컨을 이용, 조작이 가능하고 무게가 가벼워 휴대할 수도 있다.
LG전자도 청소용 로봇인 로보킹(Roboking)을 개발, 판매하고 있고 유진로보틱스 등 중소기업 100여 업체에서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가정용 로봇시장을 중심으로 한 로봇산업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내 관련 기관들은 오는 2020년엔 세계 로봇 시장의 규모가 최소 535억 달러(한국공학한림원 전망)~최대 1조4천억 달러(산업자원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2003년 사용대수 기준으로 4만7천845대로 일본 34만8천734대, 독일 11만2천693대 등에 이어 세계 5위, 산업규모로는 3천500억 원으로 세계 6위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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