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산안, 12월 31일 밤 12시 넘기겠다

꼭 10년 전 방중(訪中) 길에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경제는 2류"라고 했다가 괘심죄에 걸렸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본업은 젖혀둔 채 야당은 이 엄동설한에 장외투쟁에 나서 있고 열린우리당은 당'정'청 워크숍을 열어 집권 3주년 기념 '자화자찬'이나 주고받고 있으니 그러하다.

YS'DJ 때는 그렇게 싸워도 물밑 대화를 통한 타협의 기술이라도 보였었다. 본란은 이미 국회가 할 일이, 여'야가 싸울 일이 사학법뿐이 아님을 지적했다. 야당이 무려 8조 원을 깎겠다는 내년 예산은 예결위 책상위에 보따리째 썩고 있고 입만 열면 "민생, 민생"하던 민생법안들은 반(半)의 반도 처리 안된 채 울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표는 '반쪽 국회'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식이고 정세균 여당 의장은 "수구우파가 집권하면 그것은 재앙"이라며 부아를 돋구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막가파, X판 정치가 또 어디 있는가. 교수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택한 상화하택(上火下澤)-'위에는 불, 아래엔 못'이란 이네 글자가 지금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여'야의 '꼬락서니'에 딱 어울리는 것이다. 바로 야화여택(野火與澤)이다.

정치가 말이 아니다. 변칙통과된 사학법을 놓고 두 사람은 서로 여론은 자기편이라고 아전인수하고 있지만 여론은 결코 그들의 편이 아니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들어놓고 무슨 장외 집회냐는 비난은 한나라당의 것이고, 걸핏하면 깡통소리를 만들어 내는 낙제급 정치력에 대한 질타는 열린우리당을 향한 것이다.

12월31일을 넘겨 '준예산'의 위기 정국이 사실화 됐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본란은 물밑이든 물위든 지금이야말로 대화하고 타협해서 국회를 정상화할 찬스라고 생각한다.

파국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복귀의 명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장의 유감표명은 한가지 방법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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