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꽃·서리꽃·얼음꽃 명산 3곳

겨울 산은 지금 온통 축제분위기다. 12월 들어 많은 눈이 내린 데다 기온마저 뚝 떨어져 마른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웠기 때문. 정상부근 봉우리에선 상고대의 잔치가 반긴다. 등산인들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산을 오르는 것도 이때쯤. 눈꽃과 상고대가 있는 특별한 겨울산행으로 초대한다.

◆눈꽃-태백산

겨울 산은 신비롭다. 눈부시도록 하얀 눈꽃터널을 지나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나뭇가지에 소담하게 쌓인 눈은 풍성한 겨울풍경을 만들어낸다. 눈꽃 산행으로 적지로는 적설량이 많으면서 바람이 강해 잘 녹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태백산과 선자령. 선자령은 급경사가 없고 산행시간도 4시간 이내여서 초보자들이 눈 산행을 즐기기에 괜찮은 곳이다. 태백산도 그리 높지 않아 초보자들이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눈꽃의 풍경만은 국내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대부분의 눈꽃열차가 태백산으로 향하는 이유다.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산행을 원하면 설악산으로 갈 일이다. 고생은 해도 기암괴석이 노송, 눈이 함께 어우러진 겨울풍경은 환상적이다. 대청봉뿐만 아니라 한계령, 화채봉 등 28개봉 우리마다 눈꽃이 활짝 피어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색∼대청봉 코스는 5㎞로 4시간 거리. 하산은 대청봉-천불동-설악동 비선대로 잡는다. 7, 8시간 소요.

◆상고대-덕유산

상고대는 밤 사이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안개와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 산호같이 나뭇가지에 얼어붙는 현상이다. 상고대를 보려면 고산지대를 오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상고대가 잘 피는 대표적인 산으로는 덕유산과 무등산. 무등산의 경우 바위를 네모 기둥으로 깎아 세워둔 듯한 입석대를 배경으로 핀 상고대가 겨울풍경의 백미다. 대구에서 너무 멀다는 것이 흠. 하지만 덕유산에도 이에 못지 않은 상고대 풍경을 볼 수 있다. 첫눈이 내린 후 향적봉을 넘나드는 서해의 습한 대기는 상고대를 만들어낸다. 처음엔 산호초처럼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다가 차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날을 세워나간다. 눈꽃과 구분해 서리꽃이라 부른다. 무주리조트 곤돌라를 타면 쉽게 상고대를 볼 수 있다. 등산은 삼공매표소-월하탄-인월담-사자담-청유동-비파담-안심대 백련사-향적봉 코스로 왕복 6시간이 걸린다.

◆빙화-수도산

눈꽃이나 상고대가 낮 동안 녹아서 흘러내리다 날이 추워지면서 나뭇가지에 그대로 얼어붙은 게 빙화다. 설화나 상고대와는 달리 겨울내내 산행을 해도 보기 어렵다. 제대로 된 빙화를 보려면 낮 동안 눈이 녹는 1월 말에서 2월 사이가 제철이다. 대구에서 가까우면서도 산이 높지 않고 제대로 된 빙화를 볼 수 있는 곳은 김천의 수도산. 청암사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수도산 정상을 향해 1시간쯤 산행을 해 능선에 올라서면 확 달라진 겨울풍경을 맞는다. 눈이라도 내리고 난 이후라면 이곳부터는 설화와 상고대, 빙화 등 세 가지 겨울꽃을 산행 내내 즐길 수 있다.

빙화가 피면 온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가로수처럼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뭇가지마다 얼음을 달고 있다. 짱그랑 짱그랑. 자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도 청아하다. 산행코스는 청암사-지장대-갈림길-삭다리재-1070봉-절고개-수도산 정상-아홉사리재-수도리가 일반적. 9.5㎞ 거리에 산행시간은 5, 6시간.

사진: 눈이 내린 다음날이면 김천의 수도산에선 설화와 상고대, 빙화까지 볼 수 있다. 올해 늦겨울인 2월 20일 빙화로 가득한 수도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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