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가 떠나는 배낭여행. 가족들과 친구들도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겁도 없이 무슨 주책이냐고 말렸다. 하지만 현직에서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의 교육에서 배울 것이 없는지 둘러보기로 굳은 결심은 한 터. 주변의 우려보다는 어떻게 철저하게 준비할 것인가를 걱정했다.
호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고학력 사회의 지식 거품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일간지 사회면 기사를 읽고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낯선 땅, 호주에 도착했다.
우선 숙소로 향해야 하는데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노부부의 친철한 안내로 시티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시티버스의 기사도 친절하기는 마찬가지. 손님의 짐을 일일이 내려줬다.
숙소는 유스호스텔격인 트랜지트센터. 젊은 배낭여행족들의 천국이다. 방 1개 당 2층 침대 2개가 있어 4명이 함께 쓴다. 로비에는 대형TV 1대를 켜놓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보고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노출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 한국의 어르신들이 봤다면 불호령을 내릴 일이다.
물개·돌고래 쇼 등으로 유명한 씨월드 테마파크, 끝없이 펼쳐진 골드코스트 메인비치 등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호주학생들이 단체로 졸업파티를 하고 있었다. 무질서한 듯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며 자유분방한 교육방법이 다소 생경했다. 하지만 한국의 엄격한 교육방법에 길들여져서인지 무질서하고 소란스런 분위기를 방관하고 있는 지도교사의 지도방법이 못내 못마땅하기도 했다.
일본 여행 때 오사카성에서 만난 삿포로 고교생들의 수학여행과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같은 선진국이면서 정신문화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절감한다. 인권을 문제 삼으며 잠재능력 개발을 위해 더 애쓰는 호주교육을 보면서 너무 자유방임쪽으로 흐르지 않나 걱정이다. 잘못하면 교사가 편하기 위한 방편이 될 소지가 많아 다분히 경계해야 할 교육자의 태도인 듯싶다.
여행 4일 만에 또래의 노부부를 만났다. 반가웠다. 호주 남부에서 북부로 여행 중이라는데 한국의 축구에 대해 말하더니 이번에 히딩크가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단다.
다음 도착한 곳은 작은 시골마을인 바이런 베이.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넓고 긴 모래사장을 감탄한 터였지만 여기는 더 규모가 크고 아름다워서 그 끝이 가물가물하다. 동쪽 저 멀리에 이곳 주민들이 자랑하는 캡틴 쿡 등대가 한폭의 그림과 같이 펼쳐져 있다.
드디어 숙소 근처 '바이런 베이 초등학교(Bylon Bay Primary School)'를 방문했다. 마침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교실로 들어오던 학생들이 신기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웬일인지 앞뒤 선생님이 두 분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호주의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두 분이란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주교사와 보조교사의 역할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 주교사가 학습지도를 담당하면 보조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돌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생수가 더 줄어든 20년 후 쯤 도입해볼 만한 1교실 2교사제인 것 같다.행정실에 들러 교장을 만나자고 하니 무선마이크로 부른다. 잠시 후 나타난 교장은 젊은 40대로 멋진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한국에 소개할 만한 교육활동을 소개해 달라하니 공립학교여서 큰 특색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학생 수, 건물 크기가 비교가 안 되게 작다. 그러나 시설 및 교육교재는 더 훌륭했다.
학생들은 인사성이 무척 밝다. 멀리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견학하러 온 나를 반기며 여기저기서 인사를 한다. 줄을 지어 차례로 복도나 계단을 걸어다니는 것은 우리나라 초교생들과 똑같다. 확연하게 다른 건 '스쿨 존(School Zone)'. 한적한 시골 한 구석에 학교를 지어 교통량도 없는데 '스쿨 존(School Zone)'을 만들어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떠나는 길에 경기도 과천에 산다는 한국 학생 둘을 만났다.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곳에선 학생들이 시간당 8∼10달러를 받는다고 하니 용기만 낸다면 비행기표만 사도 유학이 가능하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서도 목장에서 임시목동을 구한다는 대문짝만한 광고판을 볼 수 있었다.
이덕민(62·전 서부중 교장)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큰 나무 아래에서 운동장 수업을 받고 있는 바이런 베이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2. 바이런 베이 초등학교의 복도. 도둑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가방이 모두 교실 밖에 걸려 있다 3. 물개.돌고래 쇼 등으로 유명한 씨월드 손님용 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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