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기업 정직하게 납세·지역 경제 쇠퇴 안타까워"

명예퇴직 대구지방국세청 이종해 조사1국장

"세월 참 빠릅니다."

대구지방국세청 이종해(58) 조사1국장은 요즘 하루하루가 남다르다. 정확히 38년 6개월을 근무한 국세청을 다음주면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년이 2년 남았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할 시기라고 생각해 명예퇴직을 결심했다"는 그는 "20세 때인 67년에 들어온 첫 직장이 마지막 공식 직장이 됐지만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무사히 마친 것 같아 동료 선·후배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웃었다.

38년을 근무한 만큼 이 국장은 세정의 산 증인이고 국세청 내부에서는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국세청이 66년도에 생기고 다음해 공직을 시작했죠. 요즘은 모든 것이 전산으로 처리되지만 당시에는 밀린 세금을 받기 위해 하루종일 장부를 들고 돌아다니고 체납세 징수 때가 되면 삼륜차를 타고 세금 대신 물품을 압류해 오기도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세금 정직하게 내면 손해'라는 상식이 통하던 시절, 이 국장은 민원인을 만날 때마다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세금은 부의 사회 환원이고 나라 살림의 밑천이 되지만 20~30년 전만 해도 기업인들이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며 "요즘 상당수 기업들이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지역 경제가 날로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섬유 경기가 좋았던 80년대가 대구 경제의 호황기였던 것 같다"며 "저력이 있는 만큼 다시 성장의 길로 들어서겠지만 섬유 이외의 대체산업 개발에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오는 29일 대구국세청 강당에서 열리는 퇴임식 이후 세무사 사무실을 열 계획인 이 국장은 "무리한 행정을 하지말고 항상 시민의 편에서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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