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 / 원하오 지음 / 송규철 옮김 / 예문 펴냄
집안 대대로 전해져 오던 보검을 팔아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벌어보려고 했던 한신이 어느날 길에서 백정과 마주쳤다. "네가 비록 장대하고 칼 차기를 좋아하나 속은 겁쟁이일뿐이다." 백정은 한신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네가 용기가 있으면 나를 찌르고, 그렇지 못하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라"라며 길을 막아 서는 것이 아닌가.
원대한 꿈을 품고 있던 한신에게, 아니 모든 대장부들에게 그 일은 이만저만한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단숨에 백정을 베어버릴 줄 알았던 칠 척 장신의 한신은 그러나 몸을 구부려 백정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시장 모든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한신은 과연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책 '묘수'는 5천 년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와 고난 앞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으로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 역사에 남을 대업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준다.
한신이 그 자리에서 백정을 베었다면, 그는 살인자가 되어 후일 유방에게 천하를 안겨준 공신으로, 또 지금까지 기억되는 인물로 남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마음 깊은 곳에 장대한 뜻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면서 날을 세우고, 생존을 위해 암중모색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절묘하게 빠져나간 영웅들의 묘수들을 펼쳐 보인다. 때문에 이 책에서 만나는 영웅들은 어떤 풍파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명예롭지 못할 바에 죽음을 택하는 대장부의 모습에서는 비켜서 있다.
그러나 역사의 큰 줄기에서 그들이 취한 행위는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들이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이었으며, 성급하게 달려들기보다는 한발 물러나는 신중함으로 일관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눈앞의 일시적인 영욕에 얽매여 한 치의 양보 없이 현실에 연연하면서 순간을 모면하는 기민함에는 결코 원대한 미래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일러준다.
저자는 영웅이 영웅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대나무처럼 휘어지지 않는 무모하고 경직된 태도가 아닌 갈대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 때문"이었음을 주지시키면서 선택과 결정, 그 뒤에 도사린 묘수를 통해 현대 사회를 슬기롭게 헤쳐 가고자하는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쳐준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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