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푼돈으로 생색내는 식물국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 변제와 호남 폭설피해 복구를 위해 의원들의 세비 갹출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정략적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지난 5월 무주 워크숍에서 결의한 불법대선자금 변제 책무를 위해 소속 의원의 세비 갹출 금액이 4억 원을 넘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지난 7개월 동안 의원들이 모은 돈은 하한선에 그치고 있다. 당초 의원 1명당 세비에서 월 30만~100만 원을 자율적으로 내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모은 돈을 계산하면 1명당 한 달에 30여만 원씩 낸 셈인 것. 이마저도 아까운지 30여 명의 의원들은 7월 갹출금을 한달 이상 연체(?)했다.

열린우리당이 변제해야 할 불법대선 자금은 모두 48억5천만 원.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84개월이 소요돼 오는 2012년 말에야 변제가 완료될 예정이다. 17대 국회의원 임기는 물론 참여정부가 끝날 때까지도 불법대선자금의 환수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호남지역 폭설피해 복구를 위해 세비에서 100만 원씩 갹출키로 한 것도 여당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지도부가 연일 호남을 방문해 민심을 추스렸고, 호주머니 쌈지돈까지 토해내 총 1억2천700만 원을 모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내년도 재해 대책 예비비 1조4천억 원은 잠자고 있다. 여기에 각 상임위별로 책정된 재해 복구비까지 합치면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복구비가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루 속히 국회를 열어 복구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자신의 지갑을 열어 생색내기에 나섰으나 문제 해결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푼돈 갹출에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에 열 올리면서 정작 제 할 일은 하지 않는 정치권을 보면 씁쓰레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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