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언에서 날치기로…대구 정치'흐림'

올해 지역 정치권 기상도는 '흐림'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폭언' '실언' '추태' 사건에 연루돼 여론의 융단포화를 맞았다. 이들 국회의원들에게는 수난의 한 해였다. 대구·경북 시도의회도 선거구 획정안 '날치기' 처리로 시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전직 대구시의회 의장은 뇌물 관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4·30 재보궐 선거와 10·26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등을 거의 '싹쓸이'했다.

◆국회의원 "수난"=무엇보다 국회의원들 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설화(舌禍)는 지난 1월 열린우리당 박찬석 의원의 '인분사건 발언'에서 막을 올려 12월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의 '국회의장 비서실 여직원 폭언'으로 막을 내렸다.

박찬석 의원은 육군 장교의 인분 가혹행위와 관련해 논산훈련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사고도 내는 법"이라는 취지로 군측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임인배 의원은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맞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국회의장 비서실 여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바람에 역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 9월 국정감사를 마친 뒤 피감기관인 대구지검 검사 등과의 술자리에서 술집 여주인에게 폭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아 곤욕을 치렀다. 정작 폭언의 주당사자가 검사였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이를 보도한 인터넷 언론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설화'를 넘어선 추태의 결정판은 지난 6월 술자리에서 맥주병 등을 투척한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었다. 곽 의원은 지역 상공인들과 골프를 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음식을 먹다 상공인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으며 맥주병, 양주병, 접시 등을 잇따라 던지는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곽 의원이 중앙당 홍보위원장직과 대구시당 수석 부위원장직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네티즌들의 파상공세에 시달려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한동안 다운되기도 했다.

타 지역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4명이 지난 5월 '대구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한 것은 그나마 좋은 뉴스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 '정책 네트워크'를 마련해 대구현안을 챙기고, 지역예산 확보에 열성을 보인 반면 후반기 들어 별다른 활동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면에서 지역에 대한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선거 한나라당 압승=올해 지역에서 치러진 4·30 재보궐 선거와 10·26 재선거에서는 청도군수 및 일부 지방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10월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가 52%를 얻어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를 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지지도 등을 감안할 때 '힘겨운 승리'였다는 평이다.

이에 앞서 4월 영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희수 후보가 대구 동을보다 더 근소한 2.6%포인트 차이로 열린우리당 정동윤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대구, 경북 각각 1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를 두고 지역 전반의 정치현상을 풀이하기엔 섣부르지만, 과거에 비춰볼 때 지역 정치지형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방의회 "눈총"=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선거구 획정안 처리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북도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대구시의회는 새벽에 '손전등'을 비춰가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주인인 시도민은 외면한 채 공천에만 눈이 멀어 광역의회 사상 초유의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 U대회 옥외광고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지방의회는 눈총을 받았다. 강신성일 전 의원이 지난 2월 이 사건과 관련한 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덕천 전 대구시의회 의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추가로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됐다가 다음달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의장은 지난 달 2일 의장직을 사퇴했으며, 현재 2심 재판에 계류 중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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