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왜곡? 단지 할리우드 영화일 뿐"

"단지 할리우드 영화일 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 말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이스라엘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전쟁 와중에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와 이스라엘 비밀경찰의 복수라는 설정으로 논란을 불러왔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뮌헨'이 23일 할리우드에서 개봉됐다.

'뮌헨'은 '조지 조너스'의 '복수'를 원작으로 지난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의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이 테러로 살해당한 11명의 이스라엘 선수의 복수를 위해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 요원들이 배후로 지목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인사들을 끝까지 추적 암살한다는 줄거리다.

민감한 내용만큼 그동안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은 컸다. 이라크 전쟁에 따른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영화화가 영화계의 '마이더스의 손' 스필버그에 의해 어떻게 다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을 끈 것. 하지만 정작 스필버그 사단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끝까지 비밀 마케팅으로 일관했다.

다만 개봉전 스필버그가 스스로 시오니스트임을 자임해온 만큼 유대인에 우호적일 것이란 것이 이스라엘인들의 기대.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유대인과 이스라엘인들은 이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으며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너무도 동정적'이라며 집중포화를 날렸다.

이에 대해 1972년 뮌헨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사건으로 희생된 역도선수와 코치의 미망인들이 '이 영화가 모욕적이지 않다. 테러리스트와 그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같은 반열에서 다루었다고 느끼지도 않는다"며 스필버그 사단에 힘을 실어 줬다. 영화 상영을 앞두고 스필버그 사단이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을 일거에 해소해 준 셈. 사실 스필버그의 공동 프로듀서인 케슬린 케네디는 영화 개봉을 앞둔 이달 초 필름을 들고 이스라엘로 날아가야 했다. 두 미망인에게 영화를 미리 보여준 뒤 반응을 살피기 위한 조치였다. 이때 펜싱코치의 미망인 안키 스피처는 "스필버그의 최대 악몽은 우리가 영화를 본 뒤 우리 남편들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돌아가서 스필버그에게 잠을 편히 자도 좋다고 전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스필버그 사단의 오스카를 향한 발걸음도 가볍다. 현재 뮌헨은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06년 베스트 10'에 선정됐으며 2006년 골든 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경쟁 후보로는 '킹콩'을 리메이크 한 피터 잭슨, '굿나잇 앤 굿 럭'의 조지 클루니, '브로큰 백 마운틴'의 이안, '매치 포인트'의 우디 앨런 등이 꼽힌다. 전미비평가 협회도 '뮌헨'을 '2006년 최고의 작품 베스트 10'으로 선정해두고 있고 '타임'지는 이 영화를 스필버그 생애 최고의 도박'이라고 평하며 내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았다.

1993년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던 스필버그가 13년 만에 또 다른 시대극으로 오스카를 장악하게 될지 관심거리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