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목이 아프다. 에어컨 탓이다. 취사실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했다. 호텔이라면 당연히 규모가 커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거쳐 온 유스호스텔은 그리 좋은 시설이 아니었다. 하지만 취사실에는 모든 도구가 구비되어 있어 조리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먼저 호주 현대미술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현대미술관으로 출발했다. 학생들의 체험 학습이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유치원생에서 대학생까지 학생들로 북적댄다. 심지어는 일본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까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까지 열린교육이 성행하여 교육장소의 다양한 선정, 교육시간의 융통성, 교육내용의 다변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일선 현장 교육자들이 잘못 인식하여 오히려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흐트러지는 등 단점만 부각돼 흐지부지 된 일이 있었다.
호주의 현장학습은 남다르다. 학생 수는 25명인데 인솔교사는 모두 5명. 교사 2명에 실기교사(Educator)가 3명이란다. 다시 실기교사에 대해 물으니 장황히 설명을 해주지만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였고 대충 학생들의 실습을 돕는 지도교사인 것으로 알아들었다.
미술관을 떠나 '아가일 컷'으로 향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서 만든 록스 중심부와 웨스트 록스를 연결한 동굴같은 길이다. 굴착장비가 없던 시절 죄수들의 노동력으로 완성된 길이라 그런지 죄수들의 고통스런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다.
시드니 천문대에서는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세종대왕이 만든 '앙부일귀'의 복사품이 전시되어 있었던 것. 제작연도, 사용법 등 조선시대때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내용과 신하들의 연구활동까지 기록돼 있었다. 현지 안내가이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한민국을 칭찬해준다. 왠지 조국이 자랑스러워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로얄 보타닉(Royal Botanic) 가든. 정문에 '우리와 함께 하세요. 무엇이든 대답해 드립니다.'라는 커다란 간판을 걸고 나이가 지긋하신 두 노인이 안내를 맡고 있었다.
여러가지 참고자료 인쇄물을 준비해두고 찾아오는 단체를 교육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교직에서 퇴직한 뒤 또다른 곳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호주의 선배교사들이 존경스러웠다. 꼭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교육적으로 필요한 곳에 장기간 그 곳에 종사하던 분이 자원봉사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모습은 더 할 수 없이 부럽게 보였다.
로얄 보타닉 가든 안. 희귀한 모양의 열대성 식물들이 각 구역별로 재배되고 있었는데 각 구역마다 관찰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주로 직관(直觀·직접 봄)에 의한 학습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초교생부터 중·고교생까지 손에 학습노트를 쥐고 여기저기에서 테마학습에 열중이었다.
호주교육의 특징은 자유분방함인가 보다. 두발도 자유롭다. 우리나라에선 인터넷상에서 두발자유화에 대한 토론이 한창인 걸 보면 교육 역시 규제, 단속위주인 것 같다.
호주에 오기 전 일본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지방을 1주일 동안 여행하면서도 머리를 유심히 관찰한 바 있다. 일본이나 호주 학생들의 두발은 장발이지만 기준이 없는 자유화는 아니어서 남녀 불문하고 한결같이 깔끔하게 손질돼 있다.
교복은 역시 두 나라 다 착용하고 있었으며 어딜 가나 정장으로 입어야 한다. 다만 일본의 여고생 교복치마는 미니스커트가 허용되고 있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야한 교복차림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도 학생들이 스스로 단정히 입고 깔끔하게 머리 손질을 하여 주변 사람에게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규제를 하고 차차 풀어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제 남반구에서 가장 높다는 시드니 타워(Sydney Tower)에 올랐다. 높이가 305m며 탑을 지탱하는 56개의 케이블을 이으면 그 길이가 시드니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갈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큰 타워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타워에서 내려와 시드니 아쿠아리움에 들어갔다 다시 한번 놀랐다. 대산호초, 초대형 상어, 가오리, 돌고래, 물개 등이 15m에 이르는 유리터널을 통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신비로웠다.
이덕민(62·전 서부중 교장)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호주 고교생들은 주로 교실밖에서 체험학습을 한다. 수업시간에 항구로 나온 학생들의 모습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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