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2005 대구·경북 음악계

클래식 음악 대중화 '업그레이드'

올해 대구·경북 지역 음악계는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모진 바람을 이겨내려는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굵직한 음악공연 수는 평년수준에 그쳤지만 '찾아가는 음악회' 등 다양한 무늬로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시도돼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창작, 연주, 공연 분야에서는 이렇다할 발전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2005년 대구 음악계에서 주목한 것은 '멜로디가 흐르는 음악도시'. 대구시는 민간 문화예술 법인 및 단체를 중심으로 거리 공연 참가신청을 받은 뒤 전체 일정과 장소·시간 등을 지정, 공연토록해 흥겨운 선율이 거리에 물결치는 '음악의 도시'로 거듭 태어난다는 취지로 이를 기획했다. 33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 200건의 행사가 이뤄져 양적으로는 풍부했으나 기획단계에서 관련 기관단체와 예산 지원, 공연계획 등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내년 행사를 위한 숙제를 남겼다.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확대와 새로운 창작 합창곡 발굴, 보급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대한민국 창작합창축제를 비롯, 올해 처음으로 달구벌시민합창대회가 개최된 데 이어 대구동신교회 카리스남성합창단과 대구얘노을합창단이 전국 규모의 합창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해 합창 대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시설을 갖춘 공연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어 음악인들이 설 무대를 넓혔다. 지난 5월 개관한 아회아트홀을 비롯해 시온아트홀, 아트홀 하모니아 송죽, 우봉아트홀, 한영아트홀, 수성문화원 등 50명에서 300명 이상의 객석을 갖춘 중·소형 공연장의 개관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하지만 관객의 수는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관객을 불러 모으고, 공연의 품질을 높이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창작부문에 있어서는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했다. 톰 존슨, 베를린 목관5중주, 일본 3중주, 독일 라뿔라 앙상블 등 외국 작곡가 및 연주팀이 대구를 찾아 지역 음악계와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3회째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소오페라 운동의 불꽃이 지펴졌는가하면 이런 붐을 타 사설 오페라단이 잇따라 창단된 점도 눈여겨 볼 만했다. 오페라축제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이탈리아 극장과의 공동제작으로 지역 오페라의 제작 역량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중구문화원의 '버섯피자', 디오페라단의 '외출' 등 소오페라들이 무대에 올려져 소오페라 운동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금오오페라단, 동양오페라단, 예원오페라단 등 민간 오페라단의 창단, 지방에서는 가장 많은 오페라단을 보유하게 됐지만 과연 공연의 질적인 부분까지 업그레이드 될지는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국악계의 경우 공연횟수·관객동원 등에서 여전히 서양 음악에 비해 침체를 벗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7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이나마 '토요상설 국악한마당'이 개설됐다는 것은 전통 음악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과 함께 국악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총 57회의 장기 공연을 성공시키며 뮤지컬 '맘마미아'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대구가 뮤지컬 흥행 도시로 부각, 잇따른 대형 작품이 대구를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프레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뮤지컬 페스티벌의 단초를 꿰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지역 공연 문화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순수 예술무대가 위축돼 대구 음악의 기초가 흔들리는 그늘도 생긴다는 음악계의 우려가 교차했다.

대구음악협회 회장에 이병배 씨가 선출됐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이현세 씨가 위촉됐다. 대구시향 5대 지휘자 라빌 마르티노프와 7대 상임지휘자였던 박탕 조르다니아 씨의 부고가 전해지기도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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