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구나.
늙음이 이토록 눈부시다니
정녕 그 목숨들 그 세상은 아니구나.
풀포기 꺾인 대로
나무그루 실가지 끝 아린 대로 쓰라린 대로
선 채로 앉은 채로
통째 성불(成佛)하신 설화(雪花)
신비롭구나.
노년의 이 축복은
향기 자욱한 침묵의 합창
거룩하구나. 성스럽구나.
유안진 '설화(雪花)'
시인은 겨울을 '늙음'의 계절로 보았습니다. 또한 '늙음'을 소멸이 아니라 완성(成佛)으로 보았습니다. 우리의 한 生(생)은 숨김과 가림의 이음이었습니다. 마치 지난 계절의 나무가 잎으로, 꽃으로 메마른 둥치와 앙상한 가지를 가리듯이. 인생의 둥치와 가지인 그리움과 분노·슬픔을 명예와 권력과 돈으로 숨기고 가려 왔습니다. '늙음'은 한때 누렸던 명예와 돈과 권력을 벗어던지고 살아온 그대로의 모습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마치 겨울나무가 잎과 꽃을 버리고 앙상한 모습 그대로 산야에 서 있듯이.
눈 덮인 자연은 그 형체를 오히려 질감 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죽음이 아니라 새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눈 덮인 적막한 겨울 풍경은 신비롭고 황홀하고 거룩하고 성스럽습니다. 그야말로 성불한 모습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늙음'이 이렇게 '통째로 성불'할 수 있는 모습이길 꿈꾸어 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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