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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학번들이 본 경북대…"재도약 기회 만들어라"

매일신문 신년 시리즈 '대학을 살리자, 지역을 살리자'의 첫회로 '추락하는 경북대'(2일자 1, 3면)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취재팀은 1970~80년대 경북대를 다닌 '7080학번'들에게 모교의 나아갈 길을 묻고 함께 고민하는 란을 만들었다. 이들은 따끔한 지적과 애정어린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이승구 법무부 감찰관(법학과 71학번)

=지방화 시대라고 하지만 쓸만한 인재는 서울로 모이고 있다. 모두 서울에 소재한 대학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경북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 대학만이 능사가 아니다. 검찰만 하더라도 경북대 법대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든 별 차이가 없다. 경북대가 국립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교수나 졸업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의욕을 보이는게 중요하다. 우수한 자원이 지역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대구시 경북도 지역 기업들은 직원 채용시 지역 대학 졸업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영숙 주한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사범대 외국어전공 72학번)

=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서울대와 경대를 놓고 고민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요즘 모교를 보면 위기의식을 느낀다. 서울에서는 20년 전부터 대학총장이 CEO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었다. 경북대는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투자가 줄어들고 학교가 뒷걸음질 치는 결과를 낳았다. UN과 OECD가 내놓은 미래예측에 따르면 2012년이 되면 사이버 대학, 지방분권화가 가속화된다고 한다. 경북대도 자신감을 가지면 인재 양성의 보고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왕종근 아나운서(국어국문과 72학번)

= 경북대가 건국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데 너무 슬픈 일이다. 70년대만 해도 연·고대에 버금갔는데 믿기지 않는다. 정부가 지방대학 육성에 소홀한 탓이 크다. '너도 나도 서울 가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풍조가 경북대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온 것 같다. 해외인턴제도 등 타 대학에서 하지 않는 제도를 육성해 학교 경쟁력을 키워야 겠다. 후배들에게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방송국 아나운서로 3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지방대 출신이라고 해서 홀대 받은 적이 없다. 경북대는 자랑스런 나의 타이틀이었다.

▲오병희 구미 삼성전자 직업능력개발원장(전자공학과 76학번)

='애니콜 신화'를 이룬 70년대 학번의 일원으로서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 못지 않게 크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이런 생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배들의 전공능력이 낮아져 기업의 재교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북대의 위기를 더 이상 정부나 교육제도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산학협력단을 만들어 짧은 시간에 성과를 이뤄냈지만 총장이하 몇몇 보직교수만으로는 안 된다. 우수한 신입생 유치에 나서는 한편 성과·보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교수·직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종원 KOG 스튜디오스 대표(수학과 82학번)

=지난 5년간 대구에서 게임제작 업체를 운영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교와 후배 동문들을 지켜봤다. 경북대가 좀 더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출되는 학생들의 질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80년대 학번은 70년대 선배들보다 이런 점들이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교육과정에서의 큰 괴리를 느낀다. 요즘 시대에 어중간한 인재는 통용되지 못한다. 학교가 지역의 요구에 빠르게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 경북대의 명성과 희망이 남아있을 때 재도약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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