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대이동/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지음/지식의 숲
'미국의 세계 지배는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밖에 안 되는 인구로 현재 세계 생산의 30%,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1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제2위국 GDP의 2배를 웃돌고, 실질적 1인당 소득은 세계의 모든 주요 국가들의 수준을 단연 앞선다.
미국 영어는 전 세계 통상 언어요,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 통화다. 세계 1000대 기업 가운데 432개 업체가 미국 기업이고, 뉴욕 및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전 세계 모든 주식 가치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세계 최고 대학들과 연구 센터들 절반의 본거지요, 미국의 뒤를 잇는 선진 5개국의 투자액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 개발비로 쓰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존재해 온 나라 중 최대의 부국이자 강국이다. 이 강력한 미국에 적어도 한 세대 동안은 도전장을 내밀 만한 세력이 없을 것이라는게 오늘날 미국 지도층의 전반적인 믿음이다.
과연 미국의 세계 지배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적인 통상 전문가이자 워싱턴 D.C.의 경제전략연구소(ESI) 소장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의 신간 '부와 권력의 대이동'은 그같은 믿음이 왜 신기루에 지나지 않은지를 분석,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인텔의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마치 타이타닉 호가 최고 속력으로 빙산을 향해 질주해 나가고 있지만, 모두들 지금에 만족해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소비와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제조와 서비스 부문의 생산 역량은 점점 빠른 속도로 해외로 옮아가고 있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무역 적자도 계속 불어난다. 전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폴 볼커(Paul Volcker)는 "앞으로 5년 안에 달러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75%"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이제는 달러의 대안으로 유로화가 점점 매력을 더해 가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도 유로화 이전의 유럽 단일 통화인 ECU를 본떠 아시아 단일 통화, 즉 아쿠(ACU)를 만들자는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과 인도 및 옛 소련 국가들이 모두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30억 신경제인이 새롭게 세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들어왔다. 지금 전 세계는 제3의 세계화 물결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그 물결의 물마루를 타고 있는 아시아의 두 거인인 중국과 인도는 가난과 예속의 600년 세월을 접고 이제 명예 회복의 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은 대약진을 이루고 있다. 그 동력은 바로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다.
인도의 발전도 중국 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질의 노동력에 기술과 저비용, 품질 보장,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등의 조건이 결합한다면, 앞으로 서비스 부문이 대거 인도로 아웃소싱될게 뻔하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 거점이 됐듯이, 인도는 이제 세계 소프트웨어 및 정보 기술 서비스의 중심 거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미국의 패권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이제부터는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며,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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