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디 있지?/스티븐 웹 지음/김윤재 옮김/한승 펴냄
1950년 여름 미 뉴 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세계적인 석학이자 점심멤버(엔리코 페르미, 에드워드 텔러, 허버트 요코, 에밀 코노핀스키)인 4명의 과학자들은 비행접시 발견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고려했을 때, 고등 외계 문명의 존재는 당연하다"는데 의기투합했다. 그때 물리학자이자 어림셈의 대가인 페르미가 난데없이 질문을 던졌다. 외계생명 존재가설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모두 어디 있지?"
세계 최초로 원자로를 만든 페르미(1901~1954)의 이름을 딴 '페르미 역설'은 이렇게 탄생된다. 우주의 나이가 120억년에 달하고, 우주에 있는 별의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다면 우리 문명과는 다른 지적 외계문명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정말 그들이 존재한다면 이미 지구에 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페르미가 했다는 말처럼 "그들은 모두 어디 있을까."
영국 개방대학 물리학 교수를 지낸 스티븐 웹의 저서 '모두 어디 있지?'는 페르미 역설과 외계생명체 문제와 관련, 흥미진진한 50가지 풀이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외계인에 대한 답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외계인이 이미 우리들 속에 있거나, 외계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안되거나, 외계인은 원래 존재하지 않거나… 등이다.
외계인이 있다는 가설에는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이 가운데 헝가리인이 바로 화성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백만년 전 화성인들이 지구, 그중에서도 헝가리에 왔지만 당시 유럽부족들이 자신들을 해칠지도 모르는 야만인이었기 때문에 인간인 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인의 특성만은 감출 수가 없는데 이는 방랑벽(헝가리 집시), 주변국과는 전혀 관련없는 언어, 보통 인간들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이 바로 그들의 특성이라는 것.
지난 1973년 존 볼이 제시한 '동물원 시나리오'도 이색적이다. 인류가 야생지대(자연보호구역과 동물원)에서 다른 종들이 자연상태에서 진화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자연 세계에 대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지구를 외계문명이 우리에게 배당해준 '야생지대'라고 추론하고 있는 것.
반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먼 곳에 떨어져 있어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가설도 있다. 그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주파수에서 들어야 할지 모르거나, 신호는 이미 자료 속에 있지만 현재 신호를 증명할 수 없거나, 그들이 모두 듣고는 있지만 아무도 답신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앞의 두 가설과는 달리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좀더 과학적이기 때문에 훨씬 쉽게 이해된다. 특히 페르미 역설에 대한 마지막 50번째 풀이에서 저자는 자신의 해답을 내놓는다.
저자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에서 합성수를 걸러내 소수만을 찾아가는 것처럼 고등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행성의 숫자를 지워나가는데, 지구만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 곧 '외톨이'라는 것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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