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북쪽으로 700km거리의 혼슈 최북단, 시모키타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의 로카쇼촌(村). 아오모리 국제공항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로카쇼촌은 인구 1만2천여 명의 우리나라로 말하면 면(面) 단위 지역으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을 포함한 일본 원자연료 사이클시설이 위치한 곳이다. 이 시설들로 인해 조용한 농촌 마을은 돈이 넘쳐나는 부자도시가 돼있다.
◆일본원자연료사이클시설
민간회사인 일본의 9개 전력회사와 일본원자력발전(주) 등 관련회사들이 주주로 참여, 운영 중인 일본원자연료사이클(이하 원연)은 전체 면적 253km². 남북 33km²의 방사선형으로 저준위방폐장을 비롯해 고준위방폐물 저장소, 우라늄 농축공장, 재처리시설, 홍보관 등을 두고 있다.
바로 옆에는 국가석유비축기지를 비롯해 풍력발전기 44기가 연중 전력(1기당 1500kw)을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8일에는 110만kw규모의 제 54기 원전(히가시도리발전소)이 시운전에 들어가면서 확고한 에너지벨트를 구축했다.
이곳은 국내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경주 양북면 봉길리와 마찬가지로 인근에 바다를 끼고 있어 일본 어디서나 방폐물을 배로 운반, 보관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원연은 일본내 53기의 원전에서 배출되는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모두 배로 싣고와 무쯔오가라와항에서 하역, 10km에 이르는 차량전용도로를 통해 방폐장으로 옮겨와 보관한다.
1960년대 말 오일파동 때 중공업이 타격을 입자 정부가 기업체 지원책으로 석유콤비나트 시설을 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던 중 민간 전력사들이 해당부지에 대해 우라늄재처리 농축 등 시설을 희망했다. 이어 지방의회와 촌장 등의 승인을 거친 뒤 중앙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3기관을 통해 부지의 적정 여부를 따져 방폐장 등의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1992년 준공한 1호처분장에는 폐기물 드럼통 13만6천547개, 2000년 준공한 2호처분장에는 13만6천315개를 보관 중이며 적정 보관량인 각각 20만 개를 채우면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준위폐기물의 경우 1천16개나 보관하고 있으며, 현재는 프랑스에 재처리를 의뢰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자체 재처리를 위해 시설을 만들고 있다.
방폐장부지가 무려 740ha이며 이미 정부로부터 최고 300만 개까지 처분 인·허가를 받아두고 있다. 원연 구마쿠라 히로키 관장은 "갈수록 폐기물량이 줄어들어 현재는 연간 1만개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20년은 더 사용할 수 있지만 방폐장을 빨리 자연 상태로 복구시키기 위해 1호 처분장은 복구공사를 앞당겨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협력시설 완비
일본 원연 일대에는 세계 어느 방폐장 건설유치 지역보다도 빼어난 주민 복지 및 편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당초 방폐장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까지도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로카쇼촌 의원들도 초기에는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현재는 전원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일본 원연 측 얘기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방폐장이 건설된 후 관련 업체 근무 직원 가족들을 위한 기숙사와 아파트가 여러 동 들어서고 이들의 생활을 돕기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하나둘 짜여 이젠 돈이 풍족한 자족도시의 면모를 갖추었다.
원연사이클내에는 일본 경제산업상이 수장이 되고 보안·행정·경찰·소방·해상 등이 참여하는 방재청이 위치하고 있고 국제 핵사찰기구(IAEA)도 들어서 핵연료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밀착 감시하고 있다. 또 원전 및 방폐장과 관련 있는 각급 연구기관들도 사무실을 열어두고 있다.
이 밖에 원연지구 내에는 정부가 '전원3법'에 의거, 특별 교부금을 지원해 만든 주민 편의시설이 가득하다. 정부가 원연을 둔 아오모리현에 지원하는 교부금은 연간 900억 원 규모.
방폐장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골프장과 대형온천장은 주민들을 위한 대표적 시설이며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교부세로 추진한 문화·편의시설은 도로와 상수도는 물론, 향토관·중학교·문화교류센터·진료소·노인정·장애인시설·코기(매장문화)자료관·야채저장고·육상경기장·수영장·도서관 등 각종 편익시설은 주변 도시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원연 소속 전력회사가 건설해 기증한 온천시설(로카포카)은 이곳을 찾는 연간 10만 명의 방문객들이 머물러 상당한 경제유발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로카포카는 주민에 한해서 중학생 이상 700엔(6천800원), 소학생 300엔 등의 입욕료를 받고, 외지인에게는 배이상의 값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구내 식당은 뛰어난 음식 맛으로 단체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인근의 숙박업소도 덩달아 성황을 이루고 있다.
방폐장에서 3km거리에 10년 전 정부로부터 15억 엔을 지원받아 설립한 양로원은 고급 실버홈이다. 평균 83~93세의 노인 50명이 생활하며 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노인들의 생활을 돕고 있는 이곳은 2000년부터는 국민개보험 수입으로 자체 운영하고 있다.
또 인근 636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갖춘 문화교류센터(수와니)도 지역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다. 500석 규모의 대형식당은 지역민들의 연회나 예식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고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은 다도교실 등으로 연중 계획이 꽉 차있다. 특히 4만5천여 권의 장서를 갖춘 200평 규모의 도서관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 연간 3만6천여 명이 찾아 이용하고 있다.
전액 정부와 촌정부의 지원금으로 건립한 수와니의 연간 예산은 33억 엔, 이중 29억 엔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 4억 엔과 연간 운영비 1억2천만 엔은 촌정부 몫이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방폐장을 반대했던 20여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대해 되레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당시 반대파에 속했던 스즈키(66) 씨는 "이제는 방폐장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방폐장이 들어온 뒤 만들어진 온천이나 문화교류센터 등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생활이 안 돼 가족들이 모두 다양한 협력시설들을 이용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방폐장에서 차량으로 10분거리의 촌 소재지이자 로카쇼무라촌 인구의 3분의 1인 3천500여 명이 살고 있는 오부치마을에는 원연내 재처리시설 건설 등으로 공사 인부들이 몰리면서 숙박시설이 호황을 이루고 20여 개의 식당과 5개 주유소 등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방문객들로 인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며 희색을 보이고 있다.
30여 년간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삼팔오교통(주) 소속 택시기사 오리가사 마사미(58) 씨는 "30년 전에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몇시간씩 헤매고 인근도시로 심심찮게 원정 영업을 나가야 했는데 방폐장 가동 이후에는 손님들이 넘쳐나 먹고살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일본 로카쇼무라 방폐장 유치지역에서 30여년간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오리가사 마사미씨가 방폐장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 등으로 지역민들이 먹고살 걱정을 덜었다면서 그동안 달라진 점들을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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