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고1 딸아이와 중2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을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가족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익한 말씀 부탁합니다.
답 : 영어 단어 1월(January)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얼굴이 머리의 앞뒤에 다 붙어 있는 양면신(兩面神) 야뉴스(Janu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뒤에 달린 얼굴로는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 보며 반성하고, 앞에 달린 얼굴로는 내일을 바라보며 미래를 구상하라는 뜻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맹목적으로 앞으로만 돌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 없이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도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새해 벽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일에나 시작은 신선하고 정결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작이 곧 앞으로 방향을 결정짓게 하는 것이며, 바르게 출발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곧, 시작 안에 결과가 내포되어 있으며, 올바른 시작을 통해서만 그 일의 보람찬 성취가 가능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라고 박목월 시인은 쓰고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 파문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는 정말 오랜만에 집단적으로 '진실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정직하지 못할 때 문제는 정말 심각해집니다. 무지한 사람들의 술수는 금방 탄로가 나지만, 배운 자들의 기만과 술수는 한참 세월이 지나야 밝혀집니다.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고, 때가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에 우리는 "모든 부정부패는 학교에서 배워 군에서 완성되고 정치에서 응용한다"는 자조적인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정직한 심성은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배양되는 것입니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는 불의가 독버섯처럼 번지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진실성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을 주는 것은 한 가지 진실에 있다. 그 마음 속에 진심이 일관하고 있다면 그는 그 진심의 힘으로 거의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뉴월에 서릿발을 내리게 하였다는 연왕 때의 이야기가 다 이를 말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주자(朱子)의 말에도 밝은 빛깔은 금과 돌을 뚫는다고 했다. 진실 일념은 무엇이고 뚫고 나가지 못함이 없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가장 그 몸을 버리는 것은 진실에서 떠나 허위 속을 헤맬 때다. 허위는 먼저 그 사람의 얼굴 모양부터 일그러뜨리고 만다. 허위에 사는 사람은 인간 본래의 빛깔을 떠난 것이니, 그의 추잡한 그림자에 스스로 몸부림치게 된다.' "채근담"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어려움과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 개개인이 진실해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꿈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P. 발레리는 "인간은 꿈에 의해서 즉, 그 꿈의 짙은 농도, 상관관계, 다양함에 의해서, 또는 인간의 본성과 자연 환경마저도 변경시키려는 꿈의 놀라운 효과에 의해서 다른 모든 것과 대립관계를 갖고, 다른 모든 것보다 우위에 서 있는 야릇한 생물, 고립된 동물이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르고 그 꿈을 좇으려고 하는 존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일이나 공부를 하고자 할 때 대개 계획부터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실현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성실한 사람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역경과 난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사람은 계획이나 목표를 하향 수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능력의 회의나 심한 좌절감에 빠져 더 이상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역경과 좌절의 순간에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현실의 어려움을 감내하게 하는 힘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꿈입니다. 태초부터 인류가 무수한 역경에 직면해서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역경의 순간에도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은 인간의 내면에서 무한한 에너지가 용솟음치게 해 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활동적인 사람들은 꿈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꿈은 목적을 고귀하게 만들고 오늘의 어려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는 학습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자신의 꿈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꿈이 현실을 이끌어 가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임어당은 그의 저서 '생활인의 발견'에서 "중국인은 한 쪽 눈을 뜬 채 꿈을 꾼다"라고 했습니다. 감은 눈으로는 미래를 꿈꾸고 뜬 눈으로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뜻입니다. 꿈꾸는 힘이 없는 자는 현실적인 힘도 없는 사람입니다.
연초 우리의 눈은 너무 먼 곳만을 바라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천 리 길도 발밑부터 시작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올해는 모든 일을 빨리만 하려고 하지 말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주위를 살펴보고 견고히 다지며 가겠다는 다짐을 해보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멀리 산 아래 서서 정복해야 할 정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험한 산을 오르고 광활한 사막을 건너가기 위해 최초에는 천천히 걸을 필요가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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