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일신문을 통해 '지역의 환자들이 서울로 줄줄이 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은 치료방법을 찾아서 서울이든 해외든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다. 얼마 전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어 지역의 한 병원을 찾은 일이 있다. 분명히 시간 예약을 했지만 그 시간에는 진료를 받을 수 없었고 한참 기다린 뒤에야 진료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검사와 진료가 진행됐는데, 분위기 자체가 '큰병일 수 있다'면서 겁을 주고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서울의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의 병원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환자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느껴졌고 대구처럼 무뚝뚝하거나 사무적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의사들의 태도도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고 세세하게 설명해주어서, 훨씬 안심이 됐다.
그 후 '환자들이 서울을 찾는다'는 기사를 봤을 때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의료 수준이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서비스가 비슷하다면 누구나 집 가까운 고향에서 진료받고 싶을 것이다. 환자들의 서울 의존을 탓하기 전에 의료계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병원 중심의 시스템에서 환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큰 병원에 가면 안그래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데 환자들은 왜 의료비를 내고도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박분자(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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