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생계 책임은 남성, 양육은 여성"

학부모 "딸은 교사, 아들은 판·검사"

우리나라 청소년과 학부모는 남녀 성별 역할에대해 강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해 전국 중·고생 1천863명(남829명·여 1천34명)과 학부모 971명(남 204명·여 767명)을 대상으로 실시, 18일 발표한 '양성평등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에 대해 중·고생의 66.6%가 '당연하다'고 답했으며 이에 동의한 여학생 비율(70%)이 남학생(62.5%)보다 높았다.

반대로 '기혼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에 대해 전체의 41.4%가 '저여자 참 멋지다'는 의견이었고 30.5%는 '저 여자 남편은 뭘 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답자가 자신을 사장이라고 가정할 경우 감원 1순위로 꼽는 대상으로는 기혼여성(44.5%), 미혼 여성(24.2%), 미혼 남성(22.7%), 기혼 남성(8.6%) 등의 순이었다.

여성이 감원 대상 1순위라는 결과는 청소년들이 남성, 특히 기혼 남성을 생계책임자로 인식하는 동시에 여성을 가사와 양육 책임자로 전제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수해지역 복구를 위한 학교 대표팀을 구성할 경우' 대표와 부대표를 '남자-여자'로 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8.9%로 나와 대표성을 남학생에게 주고 있음을보여줬다. 이번 조사에서 '여학생이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전체 학생에게 물어본 결과 문화와 연예 (46.3%), 인테리어와 패션 (45.8%) 등이었고 '남학생에게 기대되는 정보 분야'는 스포츠 (46.2%), 자동차와 컴퓨터 등 기계장비 (36.8%) 였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직업을 생각하는 경향으로도 이어져 '일류 대학을 1등으로졸업한 여학생이 종사하면 좋을 것 같은 직업'으로는 판·검사 29.8%, 교사 14%였으나 '남학생에게 좋을 것 같은 직업'은 판·검사 40.3%, 과학자 16.8%였다.

특히 대기업 CEO가 남성일 경우 독신일 것이라는 의견은 7%였지만 반대로 여성일 경우 독신일 것이라는 대답은 15.5%여서 여성이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가정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이성으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을 때 여학생의 경우 '당사자에게 항의한다'(42.2%)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남학생은 '그런 일이 없어 모르겠다'(34.4%)가 많아 남녀에 대한 성교육 내용을 달리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학부모 조사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높은 자녀에게 권할 직업으로 딸의 경우 교사(32.5%)와 판·검사(18.1%), 뉴스앵커(13.6%)였고 아들은 판·검사(38.4%)와 교사(1 2.4%), 과학자(11.6%)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사회적 통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혼전 순결의 경우 아들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헤어질 것을 권유하겠다'는 응답(52.3%)이 같은 상황을 접한 딸에게 약혼남과 헤어지라고 한다는 대답(44.3%)보다 높아 남성에게 더 너그러운 이중 잣대를 드러냈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조사 결과 중·고생 가운데 양성평등의식 교육을 받아본적이 없다는 학생이 45.5%였고 이들 가운데 여학생(38%)에 비해 남학생(54.7%)의 응답 비율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학부모 가운데 양성평등 교육을 가정에서 의도적으로 실시한다는 비율도 38.1%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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