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사 기밀은 국방의 생명이다

검찰의 내사를 받아오던 국방과학연구소 전직 연구원이 며칠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국방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살한 국방과학연구소 전직 연구원은 국방과학연구소를 퇴직한 뒤 시뮬레이션 개발 관련 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방과학연구소 고위 간부와 전'현직 연구원 등 10여 명이 신형 레이더 및 전투 전략 시뮬레이션 개발과 관련한 기밀 자료를 유출한 사실을 확보하고 지난 13일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 자료를 압수 분석한 후 내주부터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군사 기밀은 군의 생명이고 기밀 유출은 국가 안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군사 기밀이 공공연히 유출되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돼 버렸다. 민주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는 것까진 좋으나 국방과 관련한 지켜야 할 정보와 기밀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연초 신설된 방위사업청이 각종 군사기밀 256건을 인터넷에 버젓이 공개한 사건은 군이 방만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있지 않은가 의심케 하는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무기 획득 사업을 전담, 연 8조 원의 예산을 사용할 방위사업청이 엄중한 보안 속에서 국방력 증강을 꾀하기는커녕 온갖 기밀들을 떠벌여 놓은 것이다. 공개한 전력 증강 계획 중엔 주요기밀이 170여 건이나 들어 있었다.

이 사건으로 방위사업청의 영관급 실무 장교 5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창군 이래 최대 군사 기밀 누출 사건인 만큼 실무자뿐 아니라 지휘 계통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여론과는 달리 단순한 사건으로 미봉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군의 실상은 국민에게 웬만큼 다 공개되고 있다. 장병의 안전과 태만은 국민의 안위에 직결된 것이기에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방력의 핵심인 정보와 기밀이 공공연히 유출되고 돈벌이에 악용되어선 국가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사례는 사리사욕을 위해 국방의 초석 하나쯤 빼먹어도 괜찮다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로 추정된다.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내 관련자들을 엄벌함으로써 느슨한 군사 기밀 관리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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