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파병 장병들이 고엽제의 다이옥신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미국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고엽제로 인한 피해 사실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26일 파월군인 김모씨 등 10명이 고엽제제조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 2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라모씨 등 9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내렸다. 이번 재판 원고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한 2만615명 가운데 선정당사자(여러 사람이 소송을 할 경우 이 중 소송 수행 당사자로 선출된 자)여서 전체 원고 중 손해를배상받게 된 사람들은 총 6천795명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조한 고엽제에는 기준을 초과한 다이옥신이 존재해 피고측에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설계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측에제조물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이옥신은 독성이 청산가리의 최고 1만배에 달하는 대표적 환경호르몬으로 인체내 호르몬 분비체계를 교란시켜 암·불임·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주장하는 고엽제 후유증 가운데 비호지킨임파선암 등 11 개 질병에 대해서는 고엽제와 질병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러나 나머지질병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사건의 특성상 원고들이 과연 다이옥신에 노출됐는지에 대한 사실 입증 여부는 노출됐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는것으로 충분하다. 참전자들의 노출에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핵심 쟁점이었던 국제재판 관할권에 대해 국내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밝혔으며 피고들의 면책 및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측은 미국 정부의 계약자였고, 정당행위이자 강요된 행위였으며, 긴급피난(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있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 등으로 면책을 주장하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다수 피해자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과 같이 인과관계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 없는 사건에서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피해자 각각 상이등급이 달라 장애 정도에 따라 위자료를산정했다"며 1인당 600만∼4천600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개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지급될 위자료는 총 630억7천600만원이다. 재판부는 이 밖에 고엽제 후유증을 주장하는 월남전 파병자의 자녀가 '부모의다이옥신 노출로 말초신경병을 얻게 됐다'며 낸 손배소에 대해서는 1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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