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고령 대가야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뉴턴을 꿈꾸는 아이들' 소속 1학년생 3명은 특별한 대구 나들이를 했다. 지난 21일 개최된 '2회 과학기술마니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동아리 지도교사 선생님이 영화 관람과 함께 우방랜드 나들이를 약속했던 것. 볼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수상한 기쁨에 들뜬 학생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들이 참가했던 '과학기술마니아 경진대회'는 전자기력을 이용한 배를 만들어 겨루는 대회. 두 줄의 전선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금속을 넣고 강한 전류를 흘려주면 전선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로렌츠의 힘'을 이용해 배의 추진체를 만들어내는 실력이 관건이다.
동아리 회원 20명 중 대회 참가를 자원한 김태원, 배진희, 장은경 학생 3명은 방학도 반납한 채 배 만들기에 매달렸다. 새해부터 매일 오후 3시 보충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에 모여 추진체와 배 외관을 디자인하며 겨울을 보낸 것이다.
김태원 군은 "로렌츠의 힘을 이용하면 쉽게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는 있지만 직진하지 않고 진행 방향이 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똑바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에 멍이 들고 피가 나도록 실험을 계속했다"고 했다.
1학년 학생들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대회에 참가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선배들의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류승호 지도교사는 "지난해에도 같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50㎝의 작은 풀에서 실험을 계속해 배의 진행방향이 휘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지난해의 실패가 올해 대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배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난제 중 하나였다. 총점 100점 가운데 경주 점수가 50점, 보고서 30점, 디자인과 발표 점수 20점 등으로 얼마나 빠른 속력의 배를 만들어 내느냐가 수상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
이를 위해 디자인을 바꾼 것만 여러 번이었다. 배의 디자인을 맡았던 장은경 양은 "처음에는 객실을 갖춘 여객선의 모양을 본떠 배를 만들었지만 속도가 떨어져 결국 유선형의 요트 모양으로 외관을 결정하게 됐다"며 "좀 밋밋해 보이긴 하지만 세련미가 있을 뿐 아니라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해 속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고등부 145개 팀과 중학부 24개 등 총 169개 팀의 배가 실력을 겨룬 경주에서 2.5m의 풀을 20초의 성적으로 통과해 2위로 골인할 수 있었다. 또 우드락으로 만든 밋밋한 배의 외관을 보완하고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빨강색과 검정색 아크릴 물감을 사용, 알록달록 채색도 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최선을 다했다.
류 교사는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기쁜 일이지만 이공계 과목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1999년부터 과학 동아리를 운영해 왔지만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워낙 저조해 한동안 고전을 하기도 했던 것. 하지만 올해는 신입부원이 10명이나 될 정도로 기반을 갖춘 데다 2004년부터는 각종 대회에서 10여 차례 수상하며 동아리의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가 배가 됐다는 배진희 양은 "매주 한 번씩 각종 실험을 하니 어렵기만 했던 물리, 화학 등이 좀 더 쉽게 다가왔다"며 "올해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앞으로 더 많은 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과학기술마니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령 대가야고 지도교사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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