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현지 시간 29일 오후 8시) 미국 마이애미에서 날아든 '백남준 타계' 비보는 세계적인 상실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태어나 일본 독일 미국 등지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파격적인 예술적 발상을 쏟아 내며 인류를 일깨워 온 '20세기 거장' 백남준은 한국적 풍토병인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몸이 마비된 채 창작열을 불태우다 향년 74세로 그 날개를 영원히 접어 버린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표상인 TV에 예술을 입히며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를 창시, 20세기 현대 미술의 승리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백남준의 창작의 원천은 파괴에 있었다. 오직 인간을 위해, 인간을 억누르는 기존 사고를 부숴 버리며, 자유를 가로막는 어떤 권위나 기술'과학'예술까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미디어와 기술 과학은 인간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 결코 지배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철학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그는 그야말로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임을 실감케 한 예술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였다. 모든 사람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기술이 인간을 예속시키리라던 우려를 앞세우던 때에 백남준은 인공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발전과 예술을 위해 쓰일 수 있음을 확신했다.
한때 지역에서도 백남준 기념관 건립 움직임이 있었다. 경기문화재단이 백남준 기념관을 지으려고 하기 전이었다. 현대미술이 강했던 대구 지역에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기념관이 마련됐더라면 지역이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아쉽다. 자유 사상과 실험 정신으로 지난 세기를 풍미하며, 예술 세계에서 '지지 않는 별'이 된 백남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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