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의자부품전문제조업체인 부호체어원㈜(대표 김노수·대구시 달서구 대천동)은 '재산'이 많다. 그 재산은 현금이 아니라 '산업재산권'이다. 대표이사 집무실 한 벽면은 아예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각종 등록확인증들로 거의 도배돼 있다시피했다. 지금까지 등록된 발명특허, 실용신안, 의장은 모두 58건. 이중 발명 특허는 에어의자, 스프링이 구비된 의자용 다리 등 두 가지. 실용신안(25건)과 의장(31건) 등록된 것도 의자높이조절유도장치, 의자용허리받침대, 회전의자용다리, 의자팔걸이 등 의자와 관련된 부품 중 없는게 없을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허리받침대, 스프링흔들의자 등 6종의 특허, 실용신안 등을 받았다. 그동안 만든 의자도 30종이 넘는다. 항균 책걸상도 개발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지난달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노수 사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기술연구소 설립 인가를 받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들어갔기 때문. 지금까지는 정부가 인정해주는 기술연구소가 없어 회사 자체 연구를 통해 각종 의자 부품과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젠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데다 기능과 디자인 등에 대한 산학협력,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지원 및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돼 '달리는 말에 날개까지 단' 셈. 이런 기세를 몰아 올해는 의자에다 마사지, 침대 기능까지 가능한 다기능 의자를 개발할 계획인 등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할 작정이다.
부호체어원은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국내에선 의자와 관련된 각종 부품, 장치 등을 제조·판매·납품하는 반면 해외엔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부호체어원이 거래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56곳. 주요수출국은 이집트, 알제리, 두바이 등 중동지역과 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이다. 수출액은 현재 30억 원 정도. 앞으론 남미·미주시장 등으로 진출, 오는 2008년까지 수출대상국을 90곳으로 늘리고 수출액도 1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물론 국내에서의 입지도 확고하다. 국내 크고 작은 동종 업체 40, 50곳 중 매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기능성 의자로 유명한 '듀오백'의 하부는 부호체어원에서 만든 것이다. 올해 출시한 '리치'의 경우도 해외시장의 반응이 좋아 주문이 밀리고 있고 국내 백화점, 쇼핑몰 등에도 시판을 계획 중이다.
김노수 부호체어원 사장은 "처음엔 경험도, 관련 지식도 없어 고생 많이 했습니다. 수출품을 자신만만하게 컨테이너에 선적했다가 적도를 지날 때 엄청난 고온으로 변형이 되기도 하고 러시아에선 가스를 이용, 의자 높낮이를 조절하는 의자의 가스가 얼어 하자가 발생하는 등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요. 이렇게 직접 부딪치며 쌓은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개선하면서 완벽하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며 감회를 털어놓았다.
부호체어원㈜은 지난 1994년 개인·사무용 의자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2000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ISO 9001 품질보증업체 인증과 이듬해 신기술개발분야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2003년 Q마크, 2004년 GQ마크, ISO 14001 인증을 차례로 획득했고 무역의 날 100만 불 수출탑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시련도 많았다. 지난 2001년 화재로 공장이 폭삭 주저앉았다. 피해액만 55억 원. 다행히 보험에 가입, 13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지만 복구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40여억 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돼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자녀들의 권유와 용기로 재기를 결심하고 대출 등을 통해 200억 원을 투자, 다시 시작해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갚아야 할 부채가 많다. 오는 2010년까지 모두 청산하는 게 목표지만 2008년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어쩌면 청산 시기를 좀더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재 당시를 제외하곤 매출 신장세가 가파른 것도 호재다. 지난 90년대 20억~3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2000년 70여억 원으로 급증했고, 2001년 화재 이후 2002년부터 해외 수출로 눈을 돌려 다시 70억 원대를 회복한 뒤 2003년 114억 원, 2004년 125억 원, 지난해 150억 원을 달성했다.
"빚더미 속에서도 해마다 10억 원씩 개발에 투자해왔습니다. 기능성 의자의 경우 시장성이 무한해 전망이 밝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신제품 개발 및 하자없는 제품 생산에 주력할 작정입니다. 이와 함께 시장 개척, 해외 바이어 초청 등 해외 영업에도 전력을 다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저가 공세에 맞서 좋은 제품, 완벽한 제품, 고급 제품,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수출, 최고로 인정받을 겁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사진: 부호체어원㈜ 김노수 사장과 직원들이 제품개발 회의를 갖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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