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주재원들에게 철수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 기구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1997년부터 식량 증대 사업을 벌여온 아일랜드 NGO인 컨선(Concern)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 앤 오마호니는 북한에서 활동하는 컨선 직원을 12월 31일까지 철수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중략)
식량지원과 모니터링 활동 종결 요구를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의 제럴드 버크 대변인은 북한의 식량부족 현상은 여전하며 만성적 영양실조에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북측 요구는 이제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WFP 측은 23일자 최신 구호보고서에서 11월 말까지 19개 영양식 가공공장의 생산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심은 북한의 의도다. 외부 노출에 따른 체제 약화 우려와 식량 사정 호전 등의 관측이 나온다. 실제 WFP는 배급의 투명성을 강화한 데다 미국도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북한 인권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래서 향후 남북 간 논의의 초점이 될 북한 농업 인프라 구축과 같은 보다 큰 틀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정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경향신문, 2005-09-26)
(나) 미국은 26일 북한이 최근 식량지원보다는 개발원조가 필요하다며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구호단체들의 철수를 요구한 데 대해 "식량 배포에 대한 감시를 거부하면 더 이상 식량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앤드루 나치오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미 북한인권위원회가 워싱턴 시내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개최한 '기아와 인권: 북한내 기아의 정치학'이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 미국 법률은 배분과정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를 거부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식량지원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중략)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체제변화 없이 식량난 해결은 어렵다며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도 WFP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놀랜드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국제사회가 20억 달러가 넘는 대북 식량지원에 나섰지만 북한 내 식량배급 과정의 투명성과 효과성은 여전히 국제적 기준에 크게 못 미쳐 구호식량의 최고 절반가량이 의도한 수혜자에게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중국이 직접 지원하는 식량에 대한 감시가 아주 미흡해 WFP 등 다른 구호기관들이 북한 당국에 투명성과 효과성을 개선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나선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태평양문제연구소장도 북한의 식량난이 체제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하고, 한국 등의 대북 직접 식량지원이 없었으면 북한의 WFP 철수 요구 결정도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뉴스, 2005-09-27)
(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는 "26일 전원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관련 인권위 기본입장 수립'을 비공개 논의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지금까지 인권위의 심의·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에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 보고 안건으로 상정되거나 위원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개인적으로 의견을 나눈 적은 있으나 이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기는 처음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가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인권위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논의의 방향과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2005-09-26)
(라) 북한에 지원된 쌀이 평양에 집중 배분돼 분배현장의 공동 확인 등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이하 통외통위)의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22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3년 말 기준 평양의 인구는 308만 명으로, 전체 인구 2천242만 명의 13.7%를 차지하지만, 쌀 분배비율이 지난 2003년 16.45%, 2004년엔 무려 21.21%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배부른' 평양에 쌀을 많이 배분해 체제안정 및 통치수단에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중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6만 8000톤을 지원한 WFP의 경우 40여 명의 직원을 상주시키면서 800여 회 현장조사를 했으나, 북은 우리 쌀 10만 톤이 지원되는 시점에서 그 분배내역을 우리 측에 통보해주고 겨우 두세 차례의 분배현장 확인을 허용하고 있다. 정 의원은 "최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북한의 인권과 기아' 보고서는 최근 대북지원 쌀의 25~30%가 주민들에게 배분되지 않고 군부와 중간간부들에게 전용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통일부의 대안제시를 요구했다. (헤럴드경제, 2005-09-22)
위에 제시된 (가), (나), (다), (라) 등의 기사에 기초하여 북한에 대한 세계 사회의 식량 원조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연계한 사설(社說)을 작성하시오. (800~900자, 띄어쓰기 포함)
▲ 문제 해설
논술 답안 작성의 첫 걸음은 문제 파악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글 자체는 좋지만 출제자의 의도와는 다른 엉뚱한 답안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문제의 포인트는 사설을 쓰라는 데 있다. 답안의 성격과 형식이 사설다워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사설은 어떤 글인가부터 알아보자.
사설은 말 그대로 특정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신문사의 주장이다. 문제점을 지적 또는 비판하고 나아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인 글이다. 단순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설명하는 글이 아니다. 감동이나 재미를 주려는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사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사설은 신문사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사설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으로 평가받는다. 즉, 글에 담긴 주장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지가 사설을 사설답게 하는 관건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설의 성격이 그렇다면 형식은 어떨까. 한 마디로 압축, 절제 그리고 명료함이 생명이다. 길지 않은 글에 자기 주장을 실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사설은 사실을 전하는 뉴스 기사를 읽은 다음에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건의 인과 관계를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필요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뜻에서 압축이 필요하다. 글머리에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인과 관계도 논지에 따라 취사선택하기 마련이다.
절제는 글의 스타일에 대한 요건이다. 사설은 감성적 글이 아니라 논리적 글인 만큼 문제가 간결할수록 양비론이나 양시론보다는 자기 주장을 분명히 밝힌 글이 사설로서는 훌륭하다. 단, 주장에는 독자들이 '아, 그렇구나!' 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사설에 담긴 주장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근거만 제시한다면 사설로서 제몫을 다하는 셈이다.
▲ 제시문 분석
신문 기사의 요점을 파악하는 데는 제목붙이기가 그만이다. 제시문 (가)에 '북한, 식량 지원 모니터링 국제기구 주재원 철수 요구/식량 사정 호전 자신에 체제 동요 우려 탓인 듯'으로 제목을 붙인다면 요점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주재원이나 영양실조자의 숫자를 쓰면 신뢰감은 주겠지만 답안 분량을 감안할 때 굳이 무리해서 인용할 필요는 없겠다.
제시문 (나)의 제목은 '국제기구 감시 없는 대북 식량 지원 거부/미, 대북 영향력 강화 위해 지원 창구 단일화 주장' 정도가 되겠고, 이것으로 글의 요점이 정리됐다. 단, 여기서 유의할 것은 북의 '철수 요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시문 (다)는 '국가인권위, 북한 인권 논의 시작'이란 기사다. 짧은 내용이지만 북한 인권 상태가 심각함을 시사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으려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제시문 (라)는 한국에서 지원한 쌀을 북한 당국이 멋대로 배급해 체제 유지에 이용한다는, 국회 논란을 다룬 기사다. '평양, 지원받은 쌀 군부에 집중 배급설/국회서 북한 체제 강화에 악용 논란'이면 제시문의 요점을 잡은 셈이다.
이처럼 문제 파악과 제시문 분석이 끝났으면 이제 답안의 뼈대를 세워야 한다. 여기서 꼭 다뤄야 할 핵심 논제는 두 가지다. 주민들보다는 체제 유지에 악용되는 대북 식량 원조를 계속할 것인가, 계속한다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제시문을 바탕으로 한 사설은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
앞에서 사설은 정답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지원을 계속할지, 중단할지는 전적으로 수험생이 판단할 몫이다. 대신 어느 쪽이나 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중단해야 한다는 쪽이라면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도 북한은 얻어 쓰는 주제에 되레 큰 소리를 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겠다. 핵무장 고집이나 달러 원조 등을 예로 들며 폭넓은 시사 상식을 과시하는 것도 좋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인권 선언을 인용하며 누구도 무시 못할 인권이 북한에서 외면받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도 보탬이 될 수 있다.
▲ 예시답안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계속할 것인지, 그리고 계속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세계식량계획(WFP) 주재원 등에게 철수를 요청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북한 측의 무리한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태도와 상관없이 식량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몇 해째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은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유나 행복추구권이 중요하긴 하지만 생존권 다음의 문제다. 우선 살아남아야 인간다운 삶을 논할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든 인도적 차원에서의 대북 식량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또 같은 민족인 우리가 앞장서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퍼주기 식 대북 지원은 곤란하다는 반대론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식량 지원이 북한 집권층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 지원 식량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체제 지원 세력인 평양 시민들이나 군부에 집중 지원된다는 정보가 있다. 핵무장을 고집하고, 정치범 수용소가 남아있는 등 북한의 인권 상태도 여전히 열악하다.
북한 체제 강화는 국제 사회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한국의 지원 식량도 국제기구로 창구를 단일화해 대북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기구가 식량 배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계속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 측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지원에 상응한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 당국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