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숲 위세 눌린 단독주택가 '울고 싶어라'

수많은 아파트 단지 뒤편에 비워진 채 버림받는 단독주택이 크게 늘고 있다. 포항 도심 모 지역에서 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ㅇ씨는 요즘 몰라보게 음산해진 마을 분위기에 새삼 놀라고 있다. 직장 때문에 밤시간을 이용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ㅇ씨는 "불꺼진 집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ㅇ씨가 텃밭을 삼고 있는 지역은 고층 아파트가 없는 옛 포항 중심 주택가·연일·효자·창포·환호·장량지구 등 외곽지에 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선 최근 몇 년 새 세력이 몰라보게 위축된 곳이다.

이곳에서 12년째 다방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55) 씨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이 버림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중국집 배달원 이모(22) 씨는 "밤중에 배달나가면 한 골목에 한두 집 이상은 불꺼진 집이고 6개월 이상 빈 상태로 방치돼 있는 집도 있다"고 했다. 포항의 경우 이런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곳은 죽도1·2동, 해도1·2동, 상대1·2동, 송도동 등 옛 도심부 대부분이다.

이렇게 도심이 공동화하는 것은 아파트 공급 과잉과 인구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3년 이후 포항에 보급된 아파트는 약 1만 가구. 이중 1%인 900가구만 미분양 상태이다. 반면 인구는 최근 3년간 7천 명 가까이 줄고 가구수도 줄어들었다.

아파트 분양업자 김모(43) 씨는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미분양 물량이 없다는 것은 살고 있던 단독을 버려두고 우선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이런 가운데 올해에도 포항에서는 5천 가구에 이르는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어서 버림받는 단독주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인중개사 안병국 씨는 "매물로 나온 도심 단독주택은 많지만 실거래는 거의 안 된다"며 "실제로 살겠다는 사람보다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도심 공동화로 투자가치를 잃고 있어 제값에 거래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 파악하고 있는 빈집은 30채도 안 된다"며 "인구 50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가 80만 명 이상의 대도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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