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캔버스 속으로 들어간 개-(3)사진가 양성철

1980년대 초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시골로 촬영을 갔다가 어느 집을 지나가는데 문 밑의 조그만 틈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짖어댔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도둑쯤으로 보였는지 적개심을 품고 컹컹 소리를 내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짖어대는 개를 사진으로 담았다. 우연이었을까?

인화된 사진 속의 개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궁금증이 들어 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들불을 껐다는 개의 이야기처럼 충성과 의리, 순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개였다.

이와 반대로는 개XX, 개 같은 XX에서처럼 욕설이나 개살구, 개꿈의 표현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도 있다. 개는 그냥 말못하는 동물일 뿐인데 개에 빗대 사람의 성질을 표현하고 있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작업을 하는 동안 이런 욕설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으니….

인간의 욕망을 개에다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개들이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하고. 개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나는 사진 속 개의 눈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적으로든 인위적으로든 붉게 물든 개의 눈을 통해 잠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자 한다. '개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만나 담아낸 개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여주인의 무릎에 앉아 있거나, 주인의 품에 안겨 있는 개들도 있다. 자신의 개집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개도 있고, 뜨거운 여름날 개장 속에 갇혀 죽음을 향해 가는 개들도 있다.

나는 개가 지극히 개이기를 바란다. 시골집 마당에 살며 주면 주는 대로 음식을 받아먹고, 걷고 싶을 때 걷고 뛰고 싶을 때는 뛰며 자고 싶을 때 자는 생활, 그런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평범한 개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버려진 개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이걸 어떻게 키우나' 싶었는데 몇 년간 같이 살다 보니 재롱도 피우는 것이 정이 들었다.오늘도 개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꼬리를 흔들고 있는 저 개는 과연 웃고 있는 것일까?'.

양성철 사진가·대구산업정보대 교수

정리·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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